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인천 섬을 가다 16 - 장봉도 일대 새우잡이와 곳배 이야기(2)

'곳방석(고)'과 곳배 짓기

 장봉도 선착장에서 말문고개를 지나 평촌, 그리고 축동으로 가는 길목에 보이는 긴 해안가. 이곳이 장봉4리(축동)의 ‘건어장’인데 글자그대로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말리던 자연 건조 장소’였다. 그리고 건어장에는 ‘곳배’가 야외에 전시돼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 맞춤형 먹거리, 볼거리, 문화유산 등 특색 있는 관광상품 개발 및 판매를 통해 자기 지역을 알리고 있다. 접근성이 좋아 입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장봉도는 이 섬을 대표하는 전통의 관광자원 중 관심을 받을 만한 것이 없을까?

 

해답은 ‘있다’이다. 과거 유행했던 생활밀착형 유산, 곳배와 새우잡이 활동이 그것이다. 1990년대 사라지기 전까지 100년 이상 황해 섬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기에 지역 유산(遺産)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새우젓은 우리 밥상에 필수 밑반찬이며, 장봉도는 경기만 새우잡이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 체크 Point 1. 새우잡이 배 : ‘곳배’, ‘멍텅구리 배’ 그리고 ‘해선망(醢船網)’

 

새우를 잡는 배는 뭐라 부를까? 이 배는 젓새우를 잡아 선상에서 직접 소금에 절이기 때문에 ‘젓배’라 불리며, 그물은 ‘젓갈 해(醢)’ ‘배 선(船)’자를 써서 ‘해선망’이라 부른다. 해선은 중선망(中船網)어업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무동력선이기 때문에 자력으로 운항을 할 수 없어 ‘멍텅구리 배’라 부르기도 한다. 또 ‘곳배’라고도 하는데, 이유는 조업할 때 배를 멈추게 하는 ‘곳방석(고)’(쇠닻의 이전 형태)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곳배 어업은 움직이지 않는 고정 선박이라는 고유한 어업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동력선이 보편화된 1980년대 후반까지도 존재했다. 1990년대 정부 주도로 어업구조 조정 계획에 따라 해선망어선이 보상, 폐기돼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 체크 Point 2. ‘곳배’의 닻 : ‘곳방석(고)’

 

① 곳방석(고)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곳배는 곳방석(고)을 만들어 닻으로 이용하는데서 유래됐다. 곳방석이란 길이 10m정도 되는 통나무(참나무) 2개를 ‘十’자형으로 교차해 연결한 다음, 와이어 줄로 돌려가며 엮는다.

 

형태가 마치 원형의 거미줄처럼 보인다. 그 사이에 잔 나뭇가지를 끼워 사이를 촘촘하게 한 다음 통나무가 교차되는 가운데 지점에 두다위줄(닻줄)를 연결해 만든다.

 

② 곳방석(고) 운반 및 설치

 

곳방석(고) 설치는 동력선으로 운반해 곳배 출항보다 먼저 바다에 나가 설치한다. 어장에 나가 그물 펼칠 곳을 정한 다음 물때를 봐가며 설치하기 좋은 때를 고르고, 그 곳에 곳방석을 가라앉힌다.

 

가라앉은 후 싣고 간 직경 30cm정도 되는 닻돌 150개 가량을 투하시켜 곳방석이 해저면에 견고하게 자리 잡게 한다. 곳방석을 닻으로 삼아 곳배는 지탱하면서 어로작업을 한다. 곳방석은 해저에 놓는 시간대가 중요한데, 물이 차면(만조) 어렵기 때문에 물이 완전히 빠지고 다시 들어오기까지 1시간 정도, 즉 감처 때 설치한다.

 

곳방석은 보통 1년 정도 쓰고 해저에 그냥 버린다. 2년 쓰는 것이 있는데 이 때는 부이(부표)를 띄워 표시를 해 둔 다음 이듬해에 다시 두다위줄을 연결해 쓴다. 이러한 곳방석은 1970년대 초까지 사용했으나 그 후 쇠닻을 이용하면서 사라졌다.

 

다시 말하면 ‘고’의 설치는 곳배 도착에 앞서 이뤄지며, 곳방석과 닻돌 등 ‘고’ 설치를 위한 준비는 감처 때를 이용한다. ‘고’는 닻과 동일한 기능을 하지만 그 형태는 오늘날의 닻과 다르다.

 

닻은 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정주시킬 때 박혀 있지만 ‘고’는 무거운 돌을 바다 밑에 가라앉혀서 그 무게에 의해 배가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 체크 Point 3. 곳배 제작

 

배를 만드는 목수를 ‘도편수’라 부르는데, 이는 집을 짓는 목수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용어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배를 만드는 것도 ‘짓는다’고 한다.

 

옹진군 지역의 도편수 가운데 목선만 만든 목수는 1970년대 철선이 등장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이어서 등장한 배는 일본 하시키배의 중고품을 구입해서 앞부분을 절단한 후 사용했다. 배 수리 및 정비 장소는 바다가 가까이 있지만 물이 들어오지는 않는 공간을 택한다.

 

이는 배를 만드는 과정 중에는 배에 바닷물이 닿으면 좋지 않지만, 바다에 가까워야 배를 진수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 장봉도의 경우 앞장술(장봉2리, 아래사진 참조)에서 선박을 제작했고, 배를 정박하는 장소로도 이용됐다고 한다.

 

배를 만드는 규모에 따라 그 인원은 달라지는데, 보통 3~4명의 현지 목수를 거느리고 배를 만들었다. 어선은 작은 것은 길이가 2장(丈, 약 7m), 폭이 1장(丈, 약 3.5m), 깊이가 4척(尺, 약 1.5m) 정도이며 선원은 7~8명이다.

 

큰 해선망 어선은 길이가 5장, 폭이 5m 정도, 깊이가 1.5m 정도이고, 선원은 15~16명으로 다양했다. 장봉도 새우잡이 곳배, 지금은 그 모습을 모형으로만 볼 수 있지만 기록과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향후 장봉도이 르네상스를 알리는 관광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김석훈 문학박사·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