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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보다 돈이 경쟁력…정비사업도 ‘금융 산업화’

정부, 이주비 6억 원으로 묶자 건설사 자체 조달 경쟁
신용등급 따라 금리차 '수천만 원'…중견사 수주 자체 불리
정비사업 '입지 양극화' 심화 우려…"정부 정책 재검토 필요"

 

정부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 제한 여파로 건설업계가 ‘금융 쓰나미’에 직면했다. 시공능력·브랜드보다 자금 조달 금리가 수주를 좌우하는 구조로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정부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한도를 가구당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종전까지는 조합원에게 은행을 통해 충분한 이주비가 제공됐으나, 정부 규제로 기본 이주비가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이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이 추가 이주비를 건설사가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에 따른 조달 금리 차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의 무보증사채 기준 신용등급은 ▲삼성물산(AA+) ▲현대건설·DL이앤씨(AA-) ▲포스코이앤씨(A+) ▲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A) ▲SK에코플랜트(A-) 등으로 구분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조달 금리가 최대 1~2%포인트 높아지는 구조다.

 

예컨대 동일한 정비사업장에서 삼성물산(AA+)과 SK에코플랜트(A-)가 각각 추가 이주비를 제공할 경우, 조합원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조합은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시공사를 선호하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리 시공 능력이나 브랜드가 뛰어나도 자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가 ‘금융 산업화’라는 이름 아래 정비사업 수주 시장을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들이 분양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 시공사를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신축 아파트의 입지 양극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소 건설사는 자금 부담으로 정비사업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대형사들조차 강남·용산 등 사업성이 뛰어난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 등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수주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는 설계 능력이나 브랜드보다 PF와 이주비 조달 역량이 수주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정비사업 시장이 본격적인 ‘금융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단순 규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소 건설사의 금융 조달 여력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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