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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무너져 내리는 언론의 품격

 

 

 

 

건강한 뉴스소비자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심각한 정파적 편집증을 앓고 있는 언론들 때문이다. 뉴스를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한 번 더 생각한다. 일종의 ‘뉴스 의심증’이다. 억지춘향식으로  짜맞춘 기사는 아닌지,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해 꾸민 기사는 아닌지…지향이 다른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판단해야 완전한 뉴스를 얻게 된다. 이런 불편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개선될 기미가 없어서다.

 

중병을 앓아도 진단과 처방이 정확하고 환자가 잘 따르면 희망이 있다. 검진결과는 ‘저널리즘 원칙 무감각증’이다. 처방전은 “환자(언론)가 처방약(저널리즘 원칙 준수)을 상당기간 꾸준히 복용하고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그러나 이 처방전을 따르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과거 선배들이 했던 경험요법에만 집착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들이다. 이런 식이다.

 

힘 있는 자를 최대한 비틀고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그 대상은 대통령이 가장 좋다. 신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가 일본보다 늦으면 한국이 무시 당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다. 바이든에  앞서 시진핑과 통화했다고, 왜 미국에 앞서 중국이냐고 힐난이다.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현실은 안중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수출의 25.8%를 점했다. 2위국 미국은 14.5%다.

 

대북정책은 이렇게 질타한다. 바이든이 들어섰는데 왜 트럼프 때 썼던 대북정책을 그대로  꺼내냐고.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미국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일관된 정책논리는 유치원생 수준이라고 폄하한다. 한국의 자존심이나 대북정책의 일관성보다 ‘힘 있는 자 편에 서는 게 상책이다’고 주문(呪文)을 읊어댄다. 친일파들이 했던 것처럼.

 

편집국 내의 기자들만으로 힘에 부치면 전문가에게 지면을 할애한다. 관련분야는 상관없다. 극단적인 언어만 구사하면 된다. 의사가 황당한 정치평론을 해도 불문이다. 단국대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 같은 분이다. 그는 문 대통령을 고종과 가장 비슷하단다. 고종이 조선왕 중에서 가장 무능해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기 때문이란다. 생각은 자유지만 교수의 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전직 장관 인터뷰도 한 방법이다. 그가 재직했던 부처의 잘잘못을 훈수케 한다. 지명도에 전문성까지 있어 보여 독자를 현혹하기 좋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외무부 장관(1993년 2월-1994년 12월)을 역임했던 한승주 교수 같은 분이다. 그러나 보기가 사납다. 26년 전에 장관했던 분이 퇴임하는 강경화 장관과 신임 정의용 장관을 평하는 건 역겹다. ‘본인 재직 때 잘하지!’라는 수군거림이 귓가를 맴돈다.

 

전문영역과 무관한 분야에 자극적 언사로 언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자리에 얼굴을 내밀어 국가원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말의 힘은 아낄수록 커지고, 쓸수록 싸구려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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