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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함경도 영채김치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건국신화를 보면 옛 조상들은 맵고도 따듯한 성질의 채소를 좋아한 듯하다. 배추와 무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추와 젓갈을 넣어 김치라는 형태를 가지기 전 맵고도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을 내는 갓 종류인 이것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성담수(成聃壽 자는 耳叟)에게 보내며 지은 시 ‘산갓김치를 이수(耳叟)에게 보내다’에서 맛과 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날로 씹으니 어찌나 매운지/산방에서 전하는 묘법에 따라/끊은 물에 데쳐 김치를 만드니/금시 기특한 향내를 발 하네/한 번 맛보자 눈썹을 찡그리고/두 번 씹자 눈물이 글썽/맵고도 달콤한 그 맛은/계피와 생강을 깔보니/산짐승, 물고기의 맛/온갖 진미가 겨를 수 없네...”로 표현하고 있다. 고기에 후추가 필요해 대 항해를 했던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 신토불이 산갓은 맵고도 기이한 향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향신료를 대신했다.

 

그러면 산갓과 함경도 영채는 무엇이 다른가? 북에서 출판한 백과사전에 보면 “함경도 특산인 영채김치는 영갈채갓김치, 혹은 산갓김치라고 불렀다” 담그는 방법에 대해 “해마다 가을이 오면 산갓의 잎을 따서 소금에 절인 다음,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두고 항아리에 넣어 봉해 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밥반찬으로 내놓는다. 영채김치는 색이 누르스럼한데 맵고 상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고 적혀 있다. 산갓과 영채는 맛과 향에 있어서 비슷하나 모양은 조금 다르다. 산갓은 한반도의 산야 어디에도 있는 것이고 영채는 이북지역 함경도, 량강도 고산지대에만 있는 것으로 겨울김장으로 재배되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맛의 중독성 있는 영채는 식민시기 이주민과 함께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의 연변과 흑룡강성, 길림성으로 퍼져나갔다.

 

함경도 영채는 토양과 기후에 따라 독특한 맛을 내기에 다른 곳에서 재배가 어렵기도 하고 재배한다고 해도 본래의 맛을 얻을 수 없다. 이슬이 걷힌 오후에 수확하여 따뜻한 곳에서 잘 띄우는 기술이 관건이다. 나물종류인 연한 잎의 영채는 노랗게 색깔이 변한 뒤에야 소금에 절여진다. 자체 속성이 맵고도 독특한 향이 나는 것으로 조미료를 적게 넣어야 제 맛이 난다. 가을 찬 서리에 푸른빛을 떨치고 숙성되어 국물마저 노란 영채김치 한 저 가락 들면 독특한 향취로 침샘이 폭발했던 그 맛은 이제는 추억이고 그리움이 되었다. 두만강 건너 낮선 곳에서 만났던 인연이 노랗게 숙성되지 못해 힘들었던 그 시간을 살게 했다. 그 끈은 한국에까지 이어져 대림의 골목을 뒤지며 그 때 그 맛의 원형을 찾기도 했다.

 

이북에서 영채김치를 즐겨 먹었던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씨앗을 가져와 남쪽에 재배도 해보지만 토양과 기후가 다르니 맛과 향이 옅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 판매되는 영채김치는 고춧가루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본연의 맛을 찾을 수 없다. 나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신토불이 산갓과 영채가 세계김치시장에 진출해 알싸한 매운 맛과 기이한 향으로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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