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최대 격전지는 이탈리아다. 작년 초 밀려온 코로나로 밀라노에서는 순식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국토는 봉쇄되고 경제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이 즐비했다.
카리타스(Caritas) 수녀회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한 배급소에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65세의 여인 마리아(Maria)는 “참 괴롭네요”라며 수줍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오페라 극장이 문을 닫자 생계는 막막해졌다. 미망인 연금으로 월세를 내고 의약품비로 매월 60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로마 한복판에서 생필품 보급차(Ronda della Solidarieta: 연대 순회차)를 기다리는 50대 여인 아나(Anna) 역시 “생활이 어려울 때 가끔씩 오지요. 창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아나는 가사 도우미였지만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다. 집세를 내려면 식비를 아껴야 한다.
노동조합 콜디레티(Coldiretti)에 따르면, 이 여인들처럼 식료품을 보급 받는 사람은 약 370만 명. 전보다 100만 명 더 증가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코로나로 소득을 잃은 사람을 115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는 이탈리아 노동력의 절반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다.
대위기 앞에 선 콘테(Giuseppe Conte) 총리는 지난해 3월 “우리는 소득을 잃은 사람들이 혼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라며 4억 유로(약 5,332억)의 생필품 구매권을 약속했다. 그는 또한 2021년 봄에 기본소득을 철저히 개혁해 재조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는 이미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코로나 위기 앞에 기본소득은 맥을 못 추는 것일까.
사실 이탈리아 정부는 2019년 봄부터 “시민소득(revenu de citoyenneté)”이라는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총선에서 5성당은 “빈곤을 타파”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합리적인 액수의 기본소득을 창설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집권한 뒤 공약안을 대폭 수정해 매월 780유로(약 104만원)를 극빈자들(예를 들면 빈곤선 아래의 퇴직자들)에게만 지급하는 시민소득을 실시했다.
5성당 대표 디 마이오는 “우리가 집권을 하고 국가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극빈자들을 돕는 것은 민주국가의 의무다. 이 원조는 얼마든지 향상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당 사무총장 진가레티(Nicola Zingaretti)에게 기본소득을 재조직 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기본소득은 시작하자마자 코로나로 한계를 드러냈다. 5성당은 국가재정을 이유로 극빈자에게만 기본소득을 주기로 하였지만, 코로나로 그 극빈자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이탈리아 기본소득을 보는 견해는 상반된다. 하나는 가짜라는 비난이고, 다른 하나는 한계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줄일 수 있는 큰 경험이고, 사회학적으로 볼 때 아주 큰 발전과 진보라는 것이다.
결국 이탈리아의 사례는 기본소득 개혁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함을 알려준다. 기본소득은 개념에 따라 모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진정한 기본소득의 개념을 정립하고 타당한 표준안을 개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탈리아처럼 첫발에 미끄러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