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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절대 기술만이 살아남는 패권의 세계화

  • 등록 2021.03.30 06:00:00
  • 13면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미국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다.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인텔이 반도체 제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인텔의 결정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맞닿아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의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오겠다는 신호다. 그동안 미국은 메모리 등 반도체를 삼성전자, TSMC(대만) 등으로부터 공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차량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포드, GM 등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전략적으로 크게 보이지 않았던 반도체에 대해 미국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반도체가 자칫 식량이나 원유처럼 확실하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자국의 이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말이다.

 

앞으로 개인 PC, 스마트폰에 이어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완전자율주행차 등에 가속이 붙으면 반도체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반도체는 미사일 무기와 우주산업 등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전방위로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세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구축한 ‘브레튼우즈(BW)’, 1995년 WTO 자유무역체제 이후 먹거리의 최정점에 있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 왔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식량, 원유를 비롯해 국방·항공·우주, 바이오, 영화 산업, 최근들어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빅테크(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등이다.

 

이들은 기축통화인 달러, 금융시스템(투자은행 파생상품 등)과 함께 다른 나라나 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보다 바로 아래 단계의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핵심 부품·소재(일본 등), 반도체(한국 등)는 미국에겐 상대적으로 전략적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아래인 제조·조립(기존 자동차 산업, 철강·조선 등), 하청공장(의류 등) 등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미래 IT 세계에서 반도체는 기존의 식량·원유처럼 필수 원료로 격상됐다. 특히 전기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반도체가 공급 부족으로 비상이 걸리면서 반도체가 ‘안보’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상황이 발생하면 더욱 그렇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한·일간 반도체 소재 분쟁에서 예견된 바 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민족주의’가 본격 점화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제경제의 오랜 패러다임인 ‘비교우위(분업)’는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중국(경제)과 미국(안보) 사이에 놓여 있다. 이제 어떤 부문이 민족주의·안보의 영역에 갇힐지 모른다. 우리의 독점적인 먹거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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