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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세금 '고민 해결사' 마을세무사…이들 고민은 누구에게?

상담후 감사하다는 말에 힘이나
하수인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어
일정 금액 이상 재산 보유자 무료상담 제한

외국인 A씨가 광명시 권구문 세무사 사무실에 멋쩍은 듯 들어왔다. A씨가 사무실을 방문한 이유는 소득에 비해 세금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 것.

 

권 세무사는 외국인인 A씨의 눈높이에서 수 차례 세무상담을 진행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A씨의 문제는 시원하게 해결됐지만, 권 세무사가 세무상담을 진행하며 받은 상담료는 0원이다. 권 세무사가 ‘경기도 마을세무사’였기 때문이다.

 

‘마을세무사’는 복잡한 세무행정에 전문지식이 없거나 영세사업자, 농어촌 주민 등 세무사 이용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세무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 세무상담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50년 동안 광명에서 세무사로 일하며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는 권 세무사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2016년 사업 첫 시행부터 동참했다.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마을세무사를 운영 및 관리 중이다.

 

 

권 세무사는 마을세무사 활동을 시작한 후로 방문, 전화, 메일을 가리지 않고 적게는 3건에서 많게는 6건까지 추가로 상담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권 세무사와 같이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마을세무사 활동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세무사들은 210명으로, 2018년 1만 2085건, 2019년 9985건, 지난해에는 1만 4648건의 상담을 제공했다.

 

특히 최근 복잡해지는 부동산 정책으로 세무사들이 양도세 상담을 받지 않으면서, 마을세무사들에게 문의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권 세무사는 “일과를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된다”면서도 “상담하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나가는 모습과 ‘답답했던 속이 뻥 뚫렸다’, ‘감사하다’ 같은 말들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꺼운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무료 봉사를 하는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일반 상담자들 중에서 무료 상담을 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수료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권 세무사는 “무료 상담을 한다고 마을세무사를 하수인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다”며 “당연하다는 듯 일주일에 몇 번이고 친구들까지 데려와 상담하는 탓에 상담료를 받으려 하자 봉사자라는 이유로 깎으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는 ‘저소득층, 영세사업자 등을 우선 상담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 재산 보유자 등의 경우 상담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는 전제가 있지만, ‘일정 금액’이란 모호한 기준에 마을세무사들은 지방세와 국세 관련 상담 대부분을 상담자의 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무료로 진행하고 있었다.

 

도에서는 보유재산 비수도권 5억원 이상, 수도권 7억원 이상의 도민들에게는 무료 상담에 대한 제약을 두기는 했으나 무료 상담을 기대하고 방문한 도민들에게 대놓고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

 

권 세무사는 “마을세무사를 찾는 사람들마다 상담 전부터 보유재산이 얼마나 되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봉사활동을 한다 해놓고 ‘유료상담 대상이니 상담이 안됩니다’라고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도에서 마을세무사들의 어려움 등을 청취하는 자리가 없었다”며 “도에서 마을세무사 분들에게 받은 것에 비해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마을세무사 활동을 하며 겪는 어려움들을 도나 시·군을 통해 연락을 하면 조치를 취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는 장기간 경기도 마을세무사로 활동을 하면서 상담 실적이 우수하고 특별한 공적이 있다고 판단되는 권 세무사를 비롯한 9명에게 지난 3월 감사패를 수여했다.

 

[ 경기신문 = 박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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