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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정부의 노비씨, 기본소득 첫걸음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 ⑬

 

토고(Togo)는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곳 역시 기본소득이 싹트고 있다. 토고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고자 연대보편소득(revenu universel de solidarité)을 긴급히 내 놓았다. 이는 기본소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8-5-5. 이 숫자들은 토고의 수도 로메(Lomé) 거리의 판매상들, 재봉사들, 요리사들이 코로나 정국에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직업을 잃은 여인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이 세 숫자를 누르면 연대보편소득을 받게 된다.

 

노비씨(Novissi).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노비씨는 Togocom(T-Money)과 Atlantique Télécom (Flooz)을 이용한 전면 디지털 장치다. 지난해 도시가 봉쇄된 4월 8일에서 6월 6일까지 로메와 차우조(Tchaoudjo)에서는 57만 명이 노비씨에 접속했다. 이런 규모는 아프리카 사상 처음이다.

 

로메에서 시작된 노비씨는 코로나의 악화로 활동을 제약받던 시기, 농촌지방 수두(Soudou)까지 확대됐다. 신청대상은 18세 이상 토고인. 단, 성인임을 전자카드로 증명하고 직업과 거주지를 밝혀야 한다.

 

경제통신장관 로송(Cina Lawson)은 “소득은 매월 2회 지급되며, 원칙상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일노동자와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대상이다”라고 말한다. 수급액은 월 1만2250 CFA프랑(약 2만5000원).

 

코로나로 국가비상사태였던 3개월 간 노비씨로 지급된 총액은 113억 CFA프랑(약 234억원). 토고정부가 경기재활성자금과 국가연대자금이란 명목으로 비용을 마련했지만, 민간기업들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프랑스 발전기구(Agence française de développement: AFD)도 30억 유로(약 4조원)를 지원해 재원은 더욱 풍부해졌다. 노비씨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세계보건기구, 세계은행,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은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파트너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뒤플로(Esther Duflo)와 바너지(Abhijit Banerjee)도 찬사를 보내며,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노비씨와 같은 효과적인 사회경제정책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빈곤국의 주민들이 생필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전개할 것을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UN(국제연합)사무총장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도 “새 시대의 사회보장정책은 보편건강보험과 기본소득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UN은 지난해 7월 “코비드 19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노비씨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스테이너(Achim Steiner) 국제연합개발계획이사는 “여러 나라들은 이미 일시적 기본소득을 도입했다. 토고정부도 1950만 달러(약 219억)를 노비씨를 통해 12%가 넘는 국민에게 매월 원조하고 있다. 주로 불안정한 일을 하는 여성들이 수혜자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나싱베(Faure Gnassingbé) 대통령의 도전은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토고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로송 장관은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사회보장 수당을 한 부처로 모으고 전속 플랫폼으로 노비씨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이자 세계은행의 복지전문가 젠틸리니(Ugo Gentilini)는 “노비씨는 엄밀히 말해 공통된 기본소득과는 좀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소득 정의는 수없이 많다. 지급 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토고의 노비씨는 분명 보편적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기본소득으로 가는 길목으로 들어섰다는 것은 확실하다. 정상을 한걸음에 성큼 도달하는 것만 맛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음미하며 가는 재미도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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