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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퍼스트 펭귄

 

최근 내가 속한 벤처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이 정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었다. 이 제도는 그 심사가 엄격한 걸로 유명하다. 1만 개의 벤처기업들 가운데 50개 회사만 합격한다니 0.5%다. 이후 상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 큰 경사다. 우리는 머지 않아 장대높이 뛰기선수처럼 높이 도약할 것이다. 코로나만 아니면, 지인들을 초청하여 잔치라도 열고 싶다. 
하지만, 벤처(venture)는 인생을 통째로 거는 모험이다.

 

저 남극의 펭귄들은 먹고살기 위하여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그곳에는 펭권을 잡아먹는 바다표범과 범고래 등이 기다리고 있다. 양측의 일상이고 운명이다. 그 첫번째 펭귄은 그 족속을 위하여 죽음을 불사한다. 머뭇거리던 무리는 일제히 그 뒤를 따른다. 우애가 특별하다고 알려진 이 특이조류의 섭생환경에서 집단은 과연 '퍼스트 펭귄'을 어떻게 정할까. 가장 나이 많은 펭귄의 임종의식이라면 참 좋겠다. 

 

유투브에 젊은 시한부 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있다. 시청을 권한다. 그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컴퓨터 공학부의 故 랜디 포시 박사다. 요절했다. 그가 '퍼스트 펭귄' 현상을 이론화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공포의 영역인 죽음을 그토록 유쾌하고 실로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그 이별의식이 특별했다. 그 강의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큰 깨우침과 강력한 영향력을 준 '퍼스트 펭귄'이었다.

인간사회는 거칠고 험한 먹이사슬구조의 적나나한 현장이다. 돈과 권력이 야합하여 이룩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노예사회. 그래서 여기는 늘 모욕적이고 비정하며 치명적이다. 저 펭귄들의 천적들 보다 쎈 적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공포의 바다다. 지뢰밭이다. 지옥이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살아내는 세상이다. 

 

아,5월! 
나는 그 때 최전방 이등병이었다. 전쟁이 터질 거라며, 보름 동안 군화도 벗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유서를 쓰게 했다. 그렇게 전방을 묶어놓고 후방에서는 전두환과 그 패거리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광주를 죽음의 도시로 만들었다. 그 슬픈 도시는 이 나라가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굳게 세운 '퍼스트 펭귄'이었다.

 

'빛고을'! 
절망의 시간에 바라보는 희망봉이다. 나라는 이제껏 단 한번도 그에 걸맞도록 명실상부한 예우는 커녕 똑같이 대우한 적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좀 멀게는 1592년 시작된 임진-정유 조일7년 전쟁, 1894년 동학농민혁명, 1923년 암태도 소작농민운동, 1929년 광주학생운동. . . 
그리고 5·18! 

 

그쪽 친구들이 유독 많다. 그들은 대부분 선량하고 똑똑하다. 예술적이고 술을 좋아한다. 물론 예외도 더러 있다. 그 동네와 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 나라의 '퍼스트 펭귄'이었다. 이순신의 편지글 안에 있었다는 이 말이 그 증거다. "호남이 없었다면, 지금 이 나라는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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