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노동당 규약을 변경, 남북 평화협정의 단초를 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조선노동당 새 규약에서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으로 제시됐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올해 1월 9일 당 대회에서 수정·채택됐다.
북한은 새 당 규약을 채택하며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남북평화협정의 단초', '공존 공영의 시작', '판문점 선언의 연속' 등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은 대한민의 헌법과 같은 위치를 갖는 규약으로 1961년도에 공식화 된 후 60여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이번 조치는 김정은 체제 집권 후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본권력이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의 이념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움을, 한반도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
"평화협정의 단초가 열렸다"
김광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는 조선노동당 규약 변경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우선 북한의 한반도 문제 접근 문제 방식에 대해 우리와 다름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분단과 통일'로 접근하는데 비해 북한은 '변혁과 통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변혁이라는 부분에 대해 북한은 "남조선 혁명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분단을 인정하고 통일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체제 변혁을 우선 목표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 변경은 그런 점에서 그 동안 유지했던 기조를 완전히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당면 목적'에 나오는 '전국적 범위'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얘기하는 전국적 범위라는 것은 사실상 한반도를 뜻하는데, 규약 전체를 확인해야겠지만 보도된 부분만 놓고 본다면 북 입장에서 '남한의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규약에서 변경된 부분은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 부분으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됐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석을 "(북한이) 조국통일이라는 문제는 남북이 함께 해나가는 것이지만, 남한 내 변혁은 남한 사람들이 맡아서 하는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남한이 더 이상 적화통일 대상이 아닌 공존할 대상이며, 한반도 내 2체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1민족 2국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정 기간. 정전 상태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서 각각의 체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 특수한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남과 북이 공동으로 유엔에 가입돼 있는 부분. 그런 현실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규약 변경은 "남북 평화협정으로 가는 단초"라고 말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김정은 체제 이후의 변화를 주목했다.
김 이사장은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후, 그들은 체제를 존중하자는 측면이 계속 있어왔다"며 "이번 규약 변경은 그런 면에서 볼 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김정은 체제 이후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전까지 우리는 북한을 '미수복' 지역으로, 북한은 우리를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간주했었으나,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입장이 변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종전이고 평화협정이다. 하나의 민족이지만 두개의 국가를, 북한은 지향하고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 규약변경은) 두개의 체제를 공존하자. 통일의 대상이 아니고 휴전에서 종전 평화협정을 맺고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갖고 있는 법률때문에 우리의 국가보안법이 존재했었는데, 그 근거가 사라졌으니 우리의 국가보안법도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판문점 선언의 연속'으로 해석했다.
정 소장은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주장은 1961년도에 공식화 된 후 60년만에 규정이 변한 것"이라며 "2018년도 판문점 선언에 기초해서 그에 맞게끔 규약을 수정한 것 같다. 남북관계를 평화와 공존으로 당분간 지속하겠다. 그런 부분들을 부분들을 규약화하면서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변화도 언급했다. "북한을 움직이는 세대들이 변했는데. 2세대들은 전쟁경험이 없고. 남쪽에 대한 혁명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몸에 와 닿지 않는 세대다. 그런점에서 기존 규정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아주대 사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낸 논평을 보면, 상당히 수위를 조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모든 시그널이 강대강 대치보다는 대화를 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