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우리의 20배가 넘는 13억이다. 이 중 3분의 2는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아동 두 명 중 한 명은 영양실조다. 특히 인도 중부의 마디아 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의 고다쿠르(Ghodakhurd)와 자그말 피팔야(Jagmal Pipalya) 마을은 가장 심하다. 영양실조와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반전을 기대한 걸까. 마디아 프라데시 주 정부는 기본소득 실험을 단행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 고다쿠르와 자그말 피팔야, 그리고 다른 일곱 개 마을의 주민들에게 성별, 나이, 신분, 직업에 관계없이 매월 200루피(약 3160원)를 지급했다. 아동들에게도 100루피(약 1580원)를 줬다. 수혜자들은 총 6000명. 이들은 기본소득을 받아 식료품비, 보건비, 교육비 등 필요한 곳에 사용했다. 이 소득은 직장 없이 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는 유용했다. 유니세프(UNICEF)는 2014년 12월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회의에서 마디아 프라데시의 기본소득 실험 보고서를 영어와 힌두어로 출판하고,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더욱 더 혁명적으로 기본소득을 이끌어 가려는 주 정부도 나왔다. 대표적인 곳은 시킴(Sikkim) 주.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시킴 주는 시킴민주전선(SDF: Sikkim Democratic Front)이 통치하고 있다. 시킴민주전선은 2019년 지방선거 이전에 기본소득 강령을 시행했고 2022년부터 착수할 것을 다짐했다. 인구 61만 명의 시킴 주는 관광산업이 발달하고 생활수준도 인도 평균을 웃돈다. 이곳은 진보적 조치들을 취한 주로 유명하다.
주 정부들의 동력 때문이었을까. 중앙정부가 나서 기본소득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인도정부는 2017년 1월 발간된 <경제서베이(Economic Survey 2016-17)>에 일면을 할애해 기본소득의 정의와 필요성을 밝혔다. 이 때 마하트마 간디의 “모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준다(wiping every tear from every eye)”는 말을 인용해 기본소득의 정통성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인도정부는 기본소득을 반가부장적으로 규정하고, 자유를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빈곤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정부 급여의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도 전망했다. 마침내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 사상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모디((Narendra Modi) 수상은 기본소득제 실시를 공식화하고, 일정액을 소득이 없는 시민들의 은행계좌에 입금시킬 것을 밝혔다. 집권당인 바라티야 자나타 당(Bharatiya Janata Party)은 힌두벨트 지역에서 선거를 패배하자 거점을 상실했고, 농업침체와 실업율의 증가로 경제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제취약 부문에 10%의 쿼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편, 텔랑가나(Telangana) 주의 현금지원 프로그램 ‘농민투자지원(Rythu Bandhu scheme)’이 민심을 움직여 탈랑가나 라시트라 사미시(Telangana Rashtra Samithi)당이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모디정부를 움직인 면도 크다.
이처럼 인도는 주 정부가 나서서 기본소득을 실험하거나 추진하고, 그 동력이 중앙정부를 푸시업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인도를 보면서 경기도의 기본소득 운동이 머지않아 우리 중앙정부도 움직이고 나아가 좌·우파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야릇한 희망을 가져본다. 그런 타이밍이 내년 대선이길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