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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어딜까요?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이 신나서 대답한다. "숲이요!", "아마존 아닌가요?" 대체로 나무와 관련된 답들. 바로 답을 말해주지 않고 한참 뜸을 들이고 있으니 눈치 빠른 아이 하나가 숲이 아닌 다른 곳인 거 같다고 답을 정정한다. 아이들을 둘러본 후 정답이 '바다'라고 말하자 교실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바다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는데 어떻게 바다에서 산소가 나오냐는 아이부터, 책 어디선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 써 있는 걸 봤다는 아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한껏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면서 바다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바다에는 작은 플랑크톤이 사는데 그 친구들이 번식하면서 산소를 배출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은 바다에서 옵니다."

우리반 친구들과 환경 수업을 처음하면 어디에서 산소가 제일 많이 나오는 지를 알아본다. 바다가 만들어 내는 산소를 확인시키며 아이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키마(Schema)를 깨뜨린다. 그 후에 바다가 얼마나 심하게 오염되어 있는지 준비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꺼낸다. 주로 바다에 떠 있는 한반도 7배 크기의 쓰레기 섬과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고 죽은 동물들의 사체 같은 것들이다. 여기까지는 아이들도 자주 봐왔던 것들이고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큰 감흥이 없다.

다음으로 우리가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내용을 기사로 보여준다. 몸 속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마시는 물 속에 있다는 자료와 참치 캔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사진을 함께 보여주면 표정들이 심각하게 바뀐다. 우리가 깨끗한 음식을 먹는 것 같지만, 사실은 플라스틱을 삼킨 동물과 비슷한 처지라는 사실이 와 닿는 순간이다.

이쯤 되면 아이들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열망이 마구 샘솟는다. 분위기를 이어서 '교실 쓰레기 제로 주간'을 선포한다. 일주일 동안 교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활동이다. 교실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치우고 각자 집에서 작은 봉투를 하나씩 가져 온다. 지우개 가루나 먼지 같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들은 준비한 봉투에 버리고 다른 것들은 최대한 쓰레기로 만들지 않고 재활용 한다.

쓰레기를 못 버리게 되자 자연스럽게 물건을 아끼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생각 없이 바로 쓰레기통에 직행했을 물건들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재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버려야 할 학습지는 이면지로 활용하고, 연필을 깎을 때도 최대한 쓰레기가 덜 나오게 조금씩 깎았다. 지우개 조차 덜 썼다. 그렇게 끊임없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다 보니 한 사람당 작은 봉투의 반의 반도 채우지 못한 채 한주가 끝났다. 아이들의 버린 쓰레기를 모았더니 2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가 1/5도 차지 않았다. 평소에는 일주일에 2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한장씩은 쓰곤 했다.

쓰레기 줄이기가 끝나면 옛날처럼 살아봤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기가 없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처럼 살아보는 체험이다. 에어컨 대신 부채를, 전등은 최대한 켜지 않고 생활한다. 이 때는 교사도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켜져 있는 등을 보고 바로 끄는 사람에겐 포상도 지급한다. 부채는 매년 여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만드는 아이템인데 평소에는 사용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선 사람 역할에 심취하고 나서는 다들 부채를 챙겨서 다녔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걸 배워왔다. 실천 방법도 너무나 잘 안다. 문제는 그게 실제 행동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면 지구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는 걸 안다. 알면서도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때 아이들을 움직이는 건 교사의 MSG 섞인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다. 환경보호에 진심인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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