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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공정에 희망이 있다…2030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이란?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청년’이다. 2~30대 청년층의 표심 이동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4.7재보궐선거에서의 희비가 갈렸기 때문. 19대 대선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청년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불공정’이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는 무엇일지 또,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청년들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청년들에게 공정은 무엇인가?

 

안산시에서 청년공간 '상상대로'를 운영 중인 문지원(33) 센터장은 그동안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생각해본 결과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사회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문 센터장은 “청년들이 하는 노력에 비해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메시지로만 나갔을 뿐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이기도 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에 많은 청년들은 열광했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기회가 분배되는 일련의 상황들을 접하면서 오히려 배신감을 느끼고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최지수(30) 씨는 “공정한 사회로 향하는 길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서 했던 말을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며 “우리가 분노한 점은 이 취임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A(26)씨는 “우리는 결과를 평등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며 “결과까지 가기 위한 기회와 과정이 공정하게 주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공정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유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서 원인을 찾던 과거와 달리 사회의 문제라고 인식하면서부터였다.

 

문 센터장은 “’헬조선’ 등의 단어가 나올 때부터 청년들은 기회의 불평등을 사회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특히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자리와 주거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코인이나 주식을 찾게 된 현상도 노력만으로는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면서 기회를 얻기 위한 경쟁의 출발선이 크게 차이난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구하기 더 힘들다 보니 작은 차이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인국공 그리고 조국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들이 ‘불공정’을 호소했던 상징적인 사건으로는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조국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이 꼽힌다.

 

청년들은 노력에 비해 초라한 결과를 받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이 세가지 사건에 투영돼 함께 분노했다고 말했다.

 

먼저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남북 단일팀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노력들을 간과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최 씨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피땀 흘려 훈련하는 선수들의 노력과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취업 준비생들의 십 수년간 노력을 무시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A씨도 인국공 사건을 가리키며 “그들이 정규직 전환하는 것은 좋지만 정규직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응시자들도 그에 준하는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인국공 사건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면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은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모범이 아닌, 또 공정한 기회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실망을 줬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문 센터장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견해도 많지만 누군가는 다른 기회가 있는 삶을 살고 있구나를 청년들이 느끼게 된 계기였다“며 “청년들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애쓰는 것에 비해 결과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표창장을 받는 것도 평범한 청년들은 수많은 노력을 해도 가능할지 미지수”라면서 “나와 다를 것 없는 청년인데도 부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 사례”라고 말했다.

 

◇ 대화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 관철하려는 시도 필요

 

불공정 문제는 일자리, 주거와 같은 경제 문제를 넘어 성별과 세대 간의 갈등을 만들어 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서로의 불편을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서로의 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불공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서로 불공정하다고 싸우며 일방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빼앗으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면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뿐“이라며 “결국 협의를 통해 서로 간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불공정을 이용해 표심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기도 했다.

 

 

문 센터장은 “기득권들이 가진 권한을 주지 않고 청년들의 갈등만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진정한 공정이 이뤄지려면 기회가 불평등한 청년들에게도 권한이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권에서 최근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모습이 유행인데 아직까지는 진정성이 높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청년들이 내가 노력한 만큼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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