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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미얀마 이주 노동자 "군부 쿠데타 끝나는 날, 고향에 음식점 여는 것이 꿈"

[인터뷰] 미얀마 국적 이주 노동자 칫 우멍씨
먼저 미얀마 떠난 친구 권유로 2019년 한국행
미얀마 민주화 운동 알리고자 수원에서 집회
"한국과 미얀마는 비슷한 근·현대사 공유해"
"이주 노동자 동등한 대우받고 차별 없어야"

 

“제 꿈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한 돈으로 고향에 돌아가 음식점을 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우리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도 끊겨 미얀마 양곤에 계신 부모님도 목소리만 겨우 듣는 상황이라 너무 걱정됩니다."

 

미얀마 양곤의 한 비닐봉지 제조 공장에서 8년간 근무한 칫 우멍(32)씨는 돈을 벌기 위해 먼저 한국으로 떠난 친구의 권유로 2019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얀마에서 일하는 것보다 빠른 시간 내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화성에 있는 공장에서 2년째 근무한 칫 우멍씨는 이 공장 라인에서 수납장, 옷장, 소파 등을 제조하고 필름 접착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0여 명의 이주노동자 모두 미얀마 국적이며, 나머지 30여 명이 한국인이다.

 

 

회사에 적응하던 1년간 서툰 한국어 탓에 무시받은 적이 종종 있었다. 

 

칫 우멍씨는 당시 몇몇 직원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다른 직원이) 반말하고 괴롭혀도 내가 말을 잘하고, 빨리 일에 적응하면 ‘언젠가 인정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그는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버팀목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수원이주민센터의 도움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사귀면서 큰 힘이 됐다”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광명동굴과 해수욕장 등으로 소풍을 떠난 일을 떠올릴 때 즐겁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보통 하루 11시간가량 근무한 이후 곧바로 회사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야간 잔업이 다소 줄어들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제과제빵 공부도 시작했다.

 

칫 우멍씨는 “서울역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빵을 만들다가 자격증까지 땄다”면서 “아직 초급반이지만, 더 열심히 (제과제빵을) 배울 계획이다. 고향에 돌아가 음식점이나 빵집을 차리고 싶은 꿈이 있다”고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미얀마는 혼돈에 빠졌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후 130여 일이 지났으나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은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칫 우멍씨는 미얀마 군부에 항의하는 시민불복종운동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국내 거주 미얀마인 20여 명이 수원역에서 군부 규탄 집회를 이어간다.

 

 

그는 “미얀마 전역에 인터넷이 끊겼고, 군부는 무고한 시민들을 마구 잡아간다”며 “한국에서 집회를 하면 미얀마 양곤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미얀마인은 한국인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고, 한국인은 미얀마인을 통해 <피의 다짐>(8888항쟁 당시 시위대가 부른 노래) 배워 함께 부른다”고 덧붙였다.

 

칫 우멍씨는 쿠데타 상황 속 떨어져 지내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는 “대다수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위협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며 ”최근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해 돈을 뽑기 위한 시민들이 은행으로 몰렸고, 이에 군부도 감시를 강화했다. 때문에 부모님은 2주 전 송금한 용돈을 아직도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미얀마인은 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6회 현충일을 기념하는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을 모델로 미얀마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칫 우멍씨는 끝으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이주 노동자 처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미얀마 국민은 수차례 쿠데타를 거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아픈 역사가 있어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주 노동자도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고 한국인과 똑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차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바랍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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