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30.0℃
  • 서울 26.2℃
  • 흐림대전 29.2℃
  • 흐림대구 31.6℃
  • 구름많음울산 29.0℃
  • 흐림광주 27.7℃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9.2℃
  • 흐림제주 33.1℃
  • 흐림강화 24.2℃
  • 흐림보은 28.6℃
  • 구름많음금산 29.3℃
  • 흐림강진군 29.3℃
  • 구름많음경주시 30.6℃
  • 구름많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창간특집] 회사도 마음놓고 이직 못한다…"비자 만료되면 스리랑카로 돌아가야"

[인터뷰] 스리랑카 국적 이주 노동자 자미크르, 로샨씨
영주권 발급 및 E7 비자 갱신 문제 때문에 골머리
이들 노동자 모두 10년 이상 한국서 근무했으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역량 갖춰도 차별의 연속"
"자녀 양육에도 이주 노동자는 부당한 대우 받아"

 

“한국에 와서 15년 넘게 일했습니다. 5년 후 미래는 솔직히 희망보단 절망입니다. 비자 문제 탓에 스리랑카로 돌아가게 된다면, 자식들과 부인은 어떻게 돌봐야할지 막막합니다.”

 

화성에 있는 가로등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국적 이주 노동자 자미크르(41)와 로샨(44)씨는 한국에 10년 이상 근무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자미크르 씨는 “한국에 오고 첫 1년이 너무 힘들었다”며 “(회사를) 그만두려 했으나 수원이주민센터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박봉에도 지금까지 버텼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스리랑카의 한 기업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했다. 로샨씨는 스리랑카에 있는 회사에서 무역 관련 수출·수입을 도맡았다. 

 

이들 노동자는 스스로를 이주 2세대라고 설명했다. 1990년 이후 한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입국한 이주 노동자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자미크르씨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 건너와 용접 기술을 배웠으며, 특수용접기능사와 한국어능력시험(TOPIC) 6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보통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 비자나 특정활동 전문취업(E7) 비자를 발급 받아 한국에서 근무한다. 

 

E9 비자로 입국한 이주 노동자는 업종 간 이동 불가능하고, 사업장 간 이동도 ▲회사가 폐업신고를 하거나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폭행·폭언 증거를 확보한 경우 이외에는 고용주의 승인이 필요하다. 최초 3년간 3회, 재고용 시 1년 10개월간 2회 가능하다. 퇴직금 또한 자국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간 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시정하기 어렵다.

 

E9 비자에서 E7 비자로 변경하려면 제조업, 건설업, 농·어업 직종에 5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해도 연간소득, 직업 숙련도(자격증 및 기량검증), 학력, 연령, 한국어 능력, 은행 저축액 등 항목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에 비자 발급 과정에서 이주민의 노동권을 제한하는 요소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들 이주 노동자는 이미 E7 비자를 발급 받았으나 1년마다 갱신되는 데다, 자격요건이 계속 까다로워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샨 씨는 “스리랑카 경제가 나빠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며 “한국 영주권을 얻을 계획이다. 콜롬보에 있는 가족이 너무 보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 영주권 발급 조건으로 ▲E7 비자 5년간 유지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연간 소득 5700만 원 이상 ▲예금 3000만 원 이상 보유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 자택 소유 등이 있다.

 

스리랑카에 있던 아내가 2017년 한국에 왔다는 자미크르씨는 “오랫동안 아내를 못 만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1,5살 자녀를 얻었다. 해당 시술 비용은 한국인에 대해 150만 원가량으로 알고 있는데, 이주 노동자는 800만 원 정도가 든다”며 “양육비도 만만치 않다. 화성시에서 한국인은 어린이집 비용으로 10만 원 정도 들지만, 외국인은 4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용접 관련 경쟁력을 갖춘 자미크르씨는 낮은 급여 탓에 다른 회사를 알아보려 해도 현재 비자로는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갖지만, 한편으로 두려운 심정이다. 언제 스리랑카로 돌아가야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끝으로 자신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사업장에서 경력에 대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연차에도 한국인 급여를 훨씬 밑돌고 있어요. 또 사람답게 대우 해주는 것이 소원입니다. 10년 넘게 일해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합니다.”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