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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불감증이라는 '시한폭탄'

 

항구와 공항에 쌓인 화물은 각종 교통망을 통해 전국으로 뿌려진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온갖 이정표를 발견한다. 도로는 터널 진입과 급커브 구간 등 새로운 교통환경에 앞서 주의를 준다. 특히, 초행길에서는 능숙한 운전솜씨보다 표지판의 안내에 더욱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언제 사고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지만,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최악은 면할 수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다. 용인, 이천, 성남 등 교외지역에 수많은 물류창고가 모인 만큼, 부주의에 의한 화재사고 역시 빈발하고 있다. 전국 대형 물류창고 4628곳 중 경기도에만 1537곳(33%)이 있으며, 매년 물류창고 화재로 20여 명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경기도민은 머리에 시한폭탄을 두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1931년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17년간 중대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른바 ‘1:29:300의 법칙’으로, 1건의 중대산업재해 촉발까지 29건의 약한 산업재해와 300건의 인명피해 없는 사고가 있었다는 결론을 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대와 맞지 않는 ‘오래된 정보’라는 의견도 있으나 신뢰 가능한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주장에는 큰 이견이 없다.

 

지난해 용인 양지 SLC물류센터와 올해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모두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물류센터 모두 각각 화재 전후로 소방당국에 제출한 ‘소방시설 등 종합정밀점검 실시결과 보고서’를 보면 화재감지기 등 300여 건에 가까운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덕평물류센터 측은 내연성 자제 사용과 작업 인력 대피 등 철저한 안전사고 예방수칙을 준수했다고 했으나 안전 인식이 높았다고 보기에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신이 덕평물류센터 직원이라 주장한 누리꾼은 “경보기가 원래 오작동이 잦아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고 언급하면서 줄곧 화재 신고가 묵살된 내용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같은 의혹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어졌다. 한 청원인은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근무 중 자리이탈에 대해 문책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안전 불감증은 집단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그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고초를 겪는다. 강가에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들은 기침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했다. 집단의 작은 안전 불감증이 고스란히 다른 공동체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가 법의 개정보다 우선돼야 또 다른 ‘이천 화재’를 막을 수 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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