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된 핵심적인 이유는 제식구를 감싸는 검찰을 비롯해 비위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공수처는 대선 야권 유력후보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전혀 수사하지 않는 등 정치적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건 사실상 윤 전 총장에게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는 꼴입니다.”
◇ 법과 원칙 외면한 공수처…“설립 취지 되새겨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경기신문과 인터뷰에서 공수처에 대한 실망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사세행은 그간 수사기관에 총 50건의 고발을 이어왔다. 공수처 23회, 검찰 25회, 국가수사본부 2회 등이다. 그 중 윤 전 총장 관련 고발건만 28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한동훈 감찰·수사 방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감찰 방해 ▲조선일보 일가 사건 부정 청탁 ▲김건희 운영 코바나콘텐츠 윤석열 총장 임명 전후 전시회 뇌물성 협찬수수 ▲옵티머스 무혐의 처분 ▲판사불법사찰 의혹사건 및 무혐의 처분 직권남용 등이 있다.
김 대표가 이토록 윤 전 총장을 많이 고발한 이유는 바로 ‘윤(尹)로남불(윤석열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탓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시절 국가의 모든 수사력을 초집중해 조국 일가를 삼족을 멸하듯이 했는데 정작 본인은 어떻냐”며 “윤 전 총장과 그의 가족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과 혐의들은 어마무시한 수준”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과 가족, 자신의 최측근과 연루된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기는커녕 가로막았다”며 “며칠 전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 윤 전 총장 징계 재판에 출석해 내뱉은 증언이 이를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는 심 지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른바 ‘판사 불법 사찰 사건’으로 불리던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윤 전 총장에 의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함께 출석한 이 부장도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고 증언했다. 두 사건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의 주된 사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지금껏 해당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상대로 피고발인 조사는 물론 고발인 조사를 단 한 번도 벌이지 않고 있다. 이 외 다른 20여 건의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현직에 있는 심재철 검사장과 이정현 부장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들의 증언대로라면 윤석열은 이미 본인의 정치적 야먕과 야욕을 위해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는 수사만 하는 등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은 것”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 말대로 그동안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이라는 옷 안에 기호2번을 입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검찰총장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은 본인의 대권 야욕을 가지고 검찰총장직을 수행한 셈”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유력 대선후보라고 해서 부담을 느끼고 수사를 회피하면 공수처가 국민 앞에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한데, 그 평등을 공수처가 무너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 “검찰의 표적수사 여전…개혁은 여전히 ‘미완수’”
김 대표는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도 아끼지 않았다. 세간에는 ▲공수처 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이뤄져 검찰개혁이 완수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입장은 달랐다. 검찰이 여전히 정치수사와 표적수사를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검찰은 암세포(부패권력)를 도려내기보단 건강한 세포를 도려내는 등 타당성이나 중대성이 없는 (정치)수사를 해 왔다”며 “특히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에서는 권력형 비리라고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법원에서도 조국 펀드는 실체가 없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도 검찰의 정치·표적수사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 꼽았다. 검찰의 논리로 따지면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김학의가 해외로 도주하는 걸 막은 게 잘못됐다는 건데, 과연 그게 진정으로 잘못된 행위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래서 국민들이 검찰을 납득하지 못하는 거다”라며 “검찰은 여전히 정치적인 목적은 가지고 표적수사를 하고 있고, 이는 검찰개혁이 아직도 덜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 갈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 본격적인 ‘대선정국’…“후보들 무제한 검증 위해 시민단체 역할 톡톡히 할 것”
김 대표는 향후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 고소·고발 등 움직임을 지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게 권력의 감시자인 시민단체의 역할일뿐더러 공익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활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제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섰다”며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선에 나온 사람들은 국민 앞에서 무제한 검증받아야 한다’고 직접 얘기한 것처럼 시민단체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오는 26일 오후 1시30분 대선 후보로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감사원 퇴직자 불법 특별채용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세행은 앞서서도 최 전 감사원장을 ▲개인 정치 편향에 의한 공익감사 청구 상습 기각 등 직무유기 혐의 ▲판사 출신으로서 전·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는 최 전 감사원장이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에 있으면서도 정치적 야심을 위해 감사원장 직을 수행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사세행이 고발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저희는 단 한 번도 개인적 목적을 위해 고발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권력의 감시자로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소·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움직임이 없다면 시민단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고인물은 썩기 마련인 것처럼 공공도 감시를 받지 않는 순간 부패한다. 이를 견제하는 게 시민단체 존재의 본질적 이유”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