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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강냉이 올챙이국수

 

 

올챙이국수는 햇 강냉이(옥수수)로 만든 음식이다. 남쪽에서는 강원도에서 여름에 별미로 만들어 먹는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은 전통적이어서 북쪽의 어느 지방의 것이라 딱히 말할 수 없다. 강냉이가 많이 나는 평안도 음식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도시에 살았던 사람은 이름도 생소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강냉이가 적게 나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강냉이 올챙이국수를 맛깔스럽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올챙이국수는 무더위가 절정인 바로 지금 먹는다. 강냉이 알을 물에 불렸다가 맷돌이나 기계에 곱게 갈아낸다. 그리고 채에 내리고 내려진 물을 가마에 넣고 끓인다. 색깔이 노랗게 될 때까지 끊이는데 되직하게 하면 묵이 되고 헐렁하게 해서 구멍이 숭숭 뚫린 틀에 넣어서 내리면 올챙이국수가 된다. 틀에 굳이 내리지 않고 바가지 같은데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담아도 알아서 술술 떨어지는데 모양이 꼭 올챙이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 도토리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러면 도토리 올챙이국수가 된다.

 

강냉이 올챙이국수는 옥수수가 적당히 여물어야 하고 당도가 높아야 맛있다. 차가운 물에 내린 올챙이국수에 간장 양념을 하거나 동치미나 나박김치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올챙이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 걸리는 것 없이 어느새 그냥 넘어가는 이것은 풋 강냉이의 달콤함과 매운 고추 양념, 시원한 국물 맛으로 먹는다. 국수처럼 길게 내리면 그것은 올챙이국수가 아니다. 똑똑 떨어져 올챙이 모양으로 풋 강냉이의 달짝지근함이 있어야 한다.

 

개구리 소리가 높아지는 여름의 무더위에 고향에서는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만드는 공정이 번잡해도 자주 해 먹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이것도 없어서 못해 먹었다. 풍족한 남쪽에서 해 먹으려고 하니 강냉이(옥수수)가 그 맛이 아니다. 강냉이의 단맛이 고향의 것보다 많이 덜 하다. 마루에 앉아서 더위를 식히면서 먹어야 하는데 환경도 바뀌었다. 냉장고가 없으니 수도에서 찬물 받아가며 만들었는데 올챙이국수를 만들면 한 번에 많이 만들었다. 그만큼 만드는 공정이 간단하지 않고 여럿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냉이 올챙이국수는 남쪽에서는 강원도가 유일하다. 아마도 옥수수 맛이 좋아서 그러지 않을 가 생각한다. 만드는 방법도 북쪽과 비슷하다. 강원도에서 만드는 올챙이국수에는 길게 뽑아 가락을 만든 것도 있다. 국수도 아닌 것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만들어진 것을 왜 국수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올챙이국수는 숟가락으로 먹는다. 손에 쥐려 해도 잡히지 않고 입안에 아니 있는 듯 그냥 넘어간다. 풋 강냉이의 구수함이 가득해 더위를 가시고 가을이 시작됨을 알게 한다. 더위에 지친 어느 날 부산에서 보내온 초당 옥수수를 먹으며 강냉이 맛도 여러 가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연하고 달기는 한데 생으로 아삭아삭 씹히는 이 맛, 이전에 풋 강냉이를 입에 물고 굴리면서 뜯던 것과는 다른 맛. 이것에 익숙해지면 나도 남한 사람 다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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