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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의미 알면 쓰지 못할 일제잔재어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기획시리즈] ⑤
의미도 모르는 채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 문제 각별한 관심 필요
잔재 단어들의 의미, 정확히 알려줘야... 최대한 짧은 시간 관건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의 정수 되찾는 일... 일제 잔재어뿐 아니라 외래어도

해방 76년째인 지금도 ‘친일 청산과 일제잔재 극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가 동참해 찾아내고 뿌리 뽑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갈 길이 멀다고 해 가지 않으면, 목적지는 그만큼 요원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의 행보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부터 도내 친일잔재 조사를 시작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울러 ‘항일운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까지 활발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화독립’을 완성하는 날까지,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준비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진정한 ‘문화독립’ 완성하는 날까지
② 일제잔재 청산, 지속적 실천운동 돼야
③ 일제가 두려워 한, 민속신앙과 전통
④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는 왜 사라졌나
⑤ 숨겨진 의미 알면 쓰지 못할 일제잔재어
계속

 

“나는 아직까지도 우리말을 쓰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따귀를 맞는 꿈을 꾼다네.”

 

일제 말 국민(초등)학교를 다닌 한 어르신의 말이다. 일제의 강압적 교육의 폐해는 이렇듯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뼛속 깊이 박혀 상처로 남아 있다. 일제가 그토록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써가며 말살하고자 했던 ‘한글’은 지금 어떤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우수한 언어로 평가돼 있고, 새로운 한류 문화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결국, 그것이 줄임말이나 신조어라 할지라도, 우리말 한글을 쓰는 방식에서 비롯됐다면 그 역시 미래세대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다만, 세대 간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 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위 ‘젊은 사람들의 것’으로 치부하고 방치하고 있다가는, 언젠가 같은 우리말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불상사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이미 늦은 시작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분명 우리말로 얘기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제시대 교육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요즘 세대들 간에 통용되는, 게다가 의미도 모르는 채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 문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적어도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알게 된다면 쓰지 않을 단어들은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깨우쳐 주는 것이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나서야 할 마땅한 사업이 아닐까 한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후원으로 열린 ‘2021 문화독립 만세운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비보이이자 여행 인플루언서인 브루스리 씨는 “나 역시 무심코 쓰던 상당수 단어들이 일본어 잔재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미가 충격적이었다”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본인들을 하대하고 모욕하는 단어들을 일상에 사용할 만큼 바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지와 변화라는 말을 앞세운 캠페인보다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잔재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의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간질병 환자라고 부를까? 세상에 어떤 친구가 친구에게 지뢰를 밟아 다리가 없어질 놈이라고 하겠나? 바로 ‘땡강 부리지마’와 ‘찐따’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이다.

 

‘땡깡 부리지마’는 일본식 한자 ‘텡캉’으로 간질병 환자, 간질병의 의미로 일본에 복종하지 않는 조선인들을 비아냥댔던 단어였다. 또 일본어 ‘진빠’에서 유래된 말, ‘찐따’는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인들에게 “너는 지뢰 밟을 놈이야!”라며 무시와 모욕의 표현으로 썼던 말이다.

 

‘묵찌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묵’은 러시아의 군함, ‘찌’는 침몰, ‘파’는 파열의 뜻을 담아, 러·일 전쟁 후 일본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라고. 우리말로는 ‘가위, 바위, 보’다.

 

브루스리 씨는 “나라면 숨겨진 의미에 관한 설명을 듣는 순간부터 우리말을 사용할 것 같다”면서, “현대는 15초짜리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그들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어 잔재 청산은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할 문제이자 과제다. 특히나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이자 정서를 해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작업하고 심어놓은 것들, 우리가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은 결단코 찾아내 없애야 한다.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인 정재환 박사는 저서 ‘나라말이 사라진 날’을 통해 영화 ‘말모이’에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온다며 소개한다. 바로 판수의 중학생 아들 덕진이 월사금을 내지 못해 일본인 선생에게 ‘빠따’를 맞는 부분이다. 이때 덕진이 자신도 모르게 ‘엄마야’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데, 그 순간 선생은 ‘학교에서 조선어가 금지된 게 언제 적 일인지 모르냐?’며 덕진을 일으켜 세운 뒤 사정없이 따귀를 올려붙인다.

 

정 박사는 “영화는 상상력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고 과장되거나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당시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영화 이상이었다”며 “어느 학교에나 교실 벽에 ‘국어상용’이라 적힌 표어가 붙어 있었고, 벌금통을 만들어 조선어를 쓸 때마다 1전씩 넣도록 한 학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어 사용 학생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일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일제는 조선 땅을 정치·경제적으로 지배했을 뿐 아니라 강력한 동화정책을 시행, 조선인으로 하여금 일본어로 말하게 하고, 일본 정신을 갖게 하려고 했다. 그래야 천황을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황국신민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전시 체제에 돌입한 일제는 조선어 말살을 통해 완벽한 동화를 실현하고자 했다. 결국 천황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천황의 신민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의 정체성은 소멸돼야 할 대상이었고, 조선어와 조선 글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조선 역사와 문화의 정수였다.

 

1911년 9월 22일 조선총독부는 조선 지배의 방향을 담은 조선교육령을 발표한다. 교육의 목표는 역시나 ‘충량한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국어, 즉 일본어를 보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11월 1일부터 보통학교를 비롯한 조선 학교에서 일본어 교육이 시작됐다. 보통학교 교육과정에선 일본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조선어는 소홀이 취급됐으며, 조선 역사는 사라져갔다.

 

 

“우리말은 다시 살았다. 우리의 글자로 다시 살았다. 다시는 말하는 벙어리 노릇이나 눈 뜬 소경 노릇을 할 필요가 없는 때가 오고야 말았다.” - 정태진, ‘재건도상의 우리 국어’ 中

 

일본어는 일제의 패망과 함께 운명을 다했고, 우리말과 한글은 독립했다. 말 그대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제가 35년 동안이나 주입한 일본어는 일상을 잠식하고 있었고, 해방이 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그와 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연구소 부소장은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제 시기 왜곡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 즉 민족정기를 올바르게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생각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인가. 우리말 사랑은 일제 잔재어뿐 아니라 영어 등 외래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좋은 외국어라도 우리말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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