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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독립’ 완성하는 날까지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기획시리즈] ①
해방 76년, ‘친일 청산과 일제잔재 극복’은 여전한 과제
경기도, 왜곡된 역사 바로 세우기 위해 다각도 노력
이재명 지사, “과거에 얽매이기 위한 것 아니라, 나아갈 길 찾는 것”

해방 76년째인 지금도 ‘친일 청산과 일제잔재 극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가 동참해 찾아내고 뿌리 뽑아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갈 길이 멀다고 해 가지 않으면, 목적지는 그만큼 요원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의 행보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부터 도내 친일잔재 조사를 시작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울러 ‘항일운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까지 활발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화독립’을 완성하는 날까지,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준비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진정한 ‘문화독립’ 완성하는 날까지

계속

 

 

 

 

 

 

 

“친일잔재 청산으로 3·1운동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3월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제102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친일잔재 청산은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경기도가 친일잔재 청산에 나선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일 행적이 확인된 작곡가가 만든 ‘경기도 노래’를 폐지하고 새로 만든 것처럼, 올해를 ‘경기도 친일청산의 원년’으로 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더욱더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송년 제야행사에서 공개된 경기도 노래, ‘경기도에서 쉬어요’는 작사, 작곡, 심사까지 전 과정에 도민들이 참여한 곡으로, 현재 각종 경기도 주최 행사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제잔재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건축이나 조형물을 비롯해 제도나 법령, 생활문화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 지사의 말처럼, 단 한 가지씩이라도 개선하고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제잔재를 척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김준기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받아들인 문화가 아니라, 불순한 목적의식을 가진 일제에 의해 강압적으로 주입됐기 때문”이라며 “강제로 들어온 문화는 강제로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일제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은 주도면밀하게 이뤄졌고, 일제의 황국식민화 교육은 한국인이 ‘싸움이나 잠꼬대까지도 일본어로 하는 상태’를 만들어내고자 집요하게 강요됐다는 것이다.

 

또 “일제의 잔재 청산 요소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일본어 잔재와 친일파 문제도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제가 지뢰처럼 한반도에 박아놓은 잔재를 찾아 그 뇌관을 제거하는 작업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부연했다.

 

알다시피 ‘일제잔재’란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침탈과 식민지배 과정에서 남겨진 모든 형태의 부정적인 유산, 특히 해방 이후에도 청산하지 못한 유·무형의 유산을 가리킨다.

 

 

일제잔재 기간은 넓게는 일제의 침탈이 시작된 1875년 운요호 사건 이후 해방까지 70년간, 좁게는 1904년 러일전쟁과 1905년 ‘을사늑약’을 전후한 시기부터 1945년 8월까지로 본다. 당시 대한제국이 사실상 자주권을 상실, 일제가 전면적으로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까닭이다. 경술국치(1910년) 이전인 통감부(1906년) 시절부터 잡으면 40년 정도가 되는 셈이다.

 

경기도의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관련 역점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우선 안내판 설치 사업을 들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친일 행적을 드러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항일유적지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이다.

 

친일 행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지역 친일인사들의 행적을 알리고 도내 친일기념물에 안내판을 설치하는 중이다.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은 기본적인 소개와 함께 기념물이 친일 행적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또 한편으론, 문헌과 현장조사를 통해 도내 항일유적지를 파악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항일운동 유적 안내판 및 표지판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형의 친일문화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도 당연히 병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제가 강제로 개칭한 도내 각 지역의 지명 변천사를 살펴보고 이름을 되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창씨개명’을 통해 선열들의 독립 의지를 말살하려 한 것처럼, 지역의 이름을 강제로 빼앗아 이 강토를 영원히 유린하고자 획책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걸맞은 예우를 다하는 것이다. 도내 최고령 항일 애국지사이자 광복군으로 활동했던 김유길 지사(102‧애국장), 전국 유일의 생존 여성 독립운동가인 오희옥 지사(95‧애족장) 등 도내 거주하는 5명의 애국지사가 2018년 9월부터 매달 100만 원씩 ‘경기광복유공연금’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방침의 일환이다.

 

특히 경기도는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라는,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기치에 따라 보훈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에게 그에 맞는 보상과 예우를 보장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도리”라며 “경기도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서 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를 더욱더 빛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과 함께 진행 중인 일제문화 잔재 청산, 애국·항일 정신, 독립운동 등을 소재로 한 문화행사, 공연·영상·교육 등 각종 콘텐츠 개발 및 활용 사업 공모를 통한 지원이다.

 

강헌 대표이사는 “우리의 말과 글, 행동 양식 어느 것도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문화(文化)라고 부른다”면서, “민족의 뿌리와 같은 3·1운동과 임시정부의 항일 정신을 계승하고, 나아가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지속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왜곡된 문화잔재를 발굴·청산하고, 항일 독립운동에 관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도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강 대표는 덧붙였다.

 

현재 ‘2021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민간공모 지원’ 2차 사업이 진행 중이며, 콘텐츠 개발 및 학술연구와 예술창작 분야 등 21개 단체(개인)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심의가 오는 20일, 22일로 각각 잡혀 있다. 방식은 ZOOM을 활용한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원래 전쟁을 일으켜 다른 나라를 침공했다 패전하면 침략 국가에 대해 영토를 떼어서 하향한다든지, 전쟁 배상금을 문다든지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본이 패전했는데 전쟁이 끝나고 우리 한반도가 분할됐다. 왜 일본이 아니라 일본의 피해국이었던 한반도가 절반으로 갈려서 분할 점령을 당했을까?”

 

지난 2019년 8월 13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 3개월 간의 릴레이 대장정에 돌입한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 발대식에서 이재명 지사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상하이‧항저우)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톡‧우스리스크) 항일·독립운동 거점지를 답사하게 될 이들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조국을 침탈당했을 때 선조들이 타국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셨는지, 또 고통이 얼마나 크셨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특히 “조선 말기 국민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했던 지도자들이 무능하고 게을러서 결국은 수천만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렸다”며 “이번 역사 원정이 리더십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당시 원정대는 중학생 31개 팀과 학교 밖 청소년 2개 팀 등 총 33개 팀, 1000여 명으로 구성됐다.

 

 

경기도의 본격적인 일제잔재 청산과 항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신호탄이자 그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바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등 충칭 현지 항일유적지 방문이 아닐까 싶다. 

 

2019년 11월 29일, 검정색 정장 차림을 한 이 지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머나먼 타국에서 독립을 위해 몸 바쳐 싸운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경기도민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0년 8월부터 해방이 이뤄진 1945년 8월까지 사용된 대한민국의 마지막 임시정부로, 건물은 90년대 초 충칭도시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독립운동가 이달 선생의 장녀인 이소심 여사 등의 노력으로 지난 1995년 8월 복원됐다. 

 

또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는 1940년 충칭 임시정부의 공식군대인 한국 광복군이 사용하던 건물로, 2015년 3월 향후 복원을 전제로 철거됐다가 올 3월 공사가 완료됐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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