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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개혁 정책은 개혁이 아니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나 경제정책가 모두 각양각색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뚜렷한 전망이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의 경제가 이 지경이 됐는지 경제흐름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게 할 방법은 없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로 한국사회와 경제 흐름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 온 장하준 교수가 외환위기 이후 일간지 등 매체에 실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된 '개혁의 덫'이 바로 그것.
장하준은 현재 우리 경제가 '개혁'이라는 '덫'에 걸린 상태라고 진단하고 이러한 경제위기를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개혁'을 기치로 한 현 집권세력들이 과거 비민주적 정권에서 채택한 제도나 정책 등 부정적인 유산들과 절연할 필요가 있었고 때마침 세계화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쳐 이를 대안으로 선택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경제개발 시대의 정부 개입적 접근과 정반대의 시장 중심적 방식을 취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 투자 위축을 가져오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져 청년실업이나 구조조정으로 물러난 중년층 실업자의 구직난을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로인한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소비진작 정책으로 신용 불량자를 양산해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늘려 노동자간 임금격차가 커졌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외환위기후 소득분배 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절대빈곤층이 급증한 점을 적시하면서 우리나라가 조만간 빈부격차가 심한 남미국가의 대열에 끼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를 통해 그는 집권세력이 '개혁'이라는 단어로 과거와의 절연을 서두른 '오만'과 세계화는 필연이라는 '편견'으로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제도와 정책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 애초 의도와는 달리 약자를 보호하는 개혁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시장으로 몰아내고 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를 묻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과거 경제성장기의 정책들을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업그레이드한 방식으로 다시 채택할 것을 주문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경제 드라이브 시대의 폐해나 기형적인 기업집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재벌을 옹호하고 변명하는 인상이 짙어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가 과거 체제의 공과를 균형있게 평가하고 아울러 선진국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도입해선 안된다는 점을 다양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제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장하준은 뮈르달 상을 수상한 역저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산업보호 정책을 통해 경제 개발에 성공했으면서도 오늘날에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야말로 경제 발전의 기초라면서 후진국들에게 유 무형의 압박을 가하는 그들의 위선을 실증적으로 고찰하고 '21세기 경제 제국주의'라고 통렬히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정책결정가나 개혁론자들에 대한 그의 쓴소리가 얼마만한 반향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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