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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심박수를 잴 수 있다면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복싱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몇 달째 하다 보니 다들 진심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점은 진심을 소비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이 장비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와서는 운동할 때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보조 기구를 사게 되었다. 그때 구입한 물건 중 하나가 운동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였다.

 

스마트 워치는 운동하면서 칼로리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현재 심박수가 어떤지, 야외에서 운동하면 GPS로 경로를 기록해주는 똑똑한 친구다. 보통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몇 칼로리를 소비했는지 보면서 뿌듯해했는데 어느 날 한참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헉헉거리던 도중에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의 화면에는 여러 가지 숫자들이 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하트 모양 옆의 숫자가 165를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친구들 모두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어서 현재 심박수를 물었더니 친구 A는 심박수가 175, 친구 B는 110대라고 했다.

 

겉으로는 다들 비슷하게 열심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는 건 A였다. B는 자신의 심박수에 머쓱해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A는 우리 셋 중에 가장 여리여리하고 근육이 없어 보이는 친구인데 매번 그렇게 열심히 운동한다는 걸 스마트 워치가 알려줬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데 체육 시간에도 스마트 워치 같은 역할을 할 장치가 있다면 아이들이 덜 스트레스받으면서 운동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해 줄 세우는 게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여기에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기록하는 걸로 평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이름이 PAPS로 바뀐 체력 급수 제도는 운동장 몇 미터를 몇 분 몇 초에 뛰었는지, 정해진 시간 동안 윗몸일으키기를 몇 번 했는지, 악력은 몇인지 등을 측정한다. 아이들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라에서 평균을 내는 게 유의미한 일이지만 사실 어린 시절에 체력장을 할 때마다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측정에 임했지만, 달리기나 철봉 오래 매달리기를 못 하던 친구들은 체력장이 있을 때마다 주눅이 들어했고, 나처럼 유연성이 없는 사람은 여자애가 뻣뻣하다고 선생님께 타박을 받았다.

 

점수나 기록만큼 중요한 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달리기가 느려서 기록은 평균보다 낮게 나왔지만 심박수가 터져 나가고 있다면 아이가 최선을 다했으니 격려해 줄 이야기가 생긴다. 학생들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늘 말하는데 기록이나 경기 승패가 바로 나오는 체육 수업에서만큼은 그게 어려웠다. 심박수를 체크하는 정도면 과정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은 대체로 겉에서 보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교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깥을 보는 것만으로는 오해가 일어나기 쉽다. 학교 다니면서 서러웠던 기억은 잘못해서 혼났을 때가 아니라 나는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안 했다고 야단맞았을 때였다. 정량적인 점수가 나오지 않는 예체능 과목에서 특히 그랬다. 아이가 만든 결과를 두고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교사가 도움받을 수 있는 장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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