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조금동두천 23.5℃
  • 구름많음강릉 26.6℃
  • 구름많음서울 23.4℃
  • 맑음대전 25.3℃
  • 맑음대구 28.3℃
  • 구름조금울산 25.6℃
  • 맑음광주 24.7℃
  • 맑음부산 21.4℃
  • 구름조금고창 ℃
  • 구름많음제주 22.9℃
  • 구름조금강화 20.5℃
  • 맑음보은 24.4℃
  • 맑음금산 25.2℃
  • 구름조금강진군 24.1℃
  • 구름조금경주시 28.3℃
  • 구름조금거제 21.6℃
기상청 제공

[기자의 창] ‘서리’는 그나마 양반이 된 세상…‘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우리는 동네 꼬마들이 수박이나 참외 등 과일 ‘서리’를 하다 들켜 농장 주인에게 크게 혼쭐이 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그런데 현재는 이 ‘서리’가 양반 수준이다. 아이들의 흉악하고 대담한 범죄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유형도 절도와 폭력, 강간, 추행, 방화, 강도, 살인 등 성인범죄를 방불케 하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로 인해 최근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하향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승민, 최재형 등 대선 예비 후보들은 이 같은 목소리를 인식, 관련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연령을 만 10~12세로 낮추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공약이라는 속내는 감출 수 없다.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인 관점으로만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촉법소년 범죄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이며 그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당장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적용한 것인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접근방식이다.

 

무턱대고 처벌을 강화하면 수많은 전과자를 낳게 할 것이고, 결국 그들을 더 힘든 상황에 몰아넣어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 악순환을 반복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촉법소년 범죄 발생 원인을 가정의 실패와 사회 구조적 문제로 꼽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대체 뭘까. 답은 많지만, 정답은 없다. 다만, 그 중에서도 ‘회복적 사법’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회복적 사법이란,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범죄에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사회공동체까지 사건의 해결주체로 끌어들여 그들 사이의 상호 이해, 화해, 원상회복 등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평화 회복을 도모하는 이론이다.

 

이는 즉 우리, 어른들이 직접 나서 그들을 위한 사회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지껏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법원,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모두 본인들의 성과를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처벌 대상 확대와 강화만 운운하고 있는 현재 흐름이 그저 무책임하게만 느껴진다. 어쩌면 되려 우리가 미래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우리가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진정으로 우리,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일 아닐까.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