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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전환 시대의 촛불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면서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강조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의 모든 것이 관계 속에서 이뤄지며 고정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고 설파한 인도의 싯달타와 대략 비슷한 시기의 인물이다.

 

대선을 앞둔 국내 상황에서 이들 말처럼 새삼 재확인하게 되는 것은 없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혼재와 갈등 속에 다시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는 시기다. 앞선 촛불정부를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판을 바꿔 여야를 바꿀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적절한 중간 어디선가 새롭게 모색할 것인지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

 

현 촛불정부의 다양한 개선 시도와 코로나 방역 성공을 인정한다 해도 서민들 생활에 직결되는 청년 일자리 부족과 부동산 문제는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는 세계적 추세이고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것이라는 변명이 가능하나, 후자에 있어서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며 누구라도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20-30대의 청년층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기득권자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친일 기득권 속에 군사독재를 경유해서 여전히 사회전반의 특권층을 이루고 있는 국민의힘당에 대해서 듣기는 했어도, 엄연히 정권을 가지고 있고 거대 여당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집단인 만주당이 기득권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 정당한 지시에 불복하는 하극상의 윤석열 씨를 기득권에 저항하는 인물로 생각하며 자신들의 사회적 불만을 풀어줄 인물로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5.18 항쟁이나 1987년 민주화, 아니 2008년 이명박 집권 초기의 광화문 촛불 광장을 말하며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이미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모르는 셈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현 사회의 주역에 있는 이들은 BTS나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이 새롭다. 하지만 안정된 풍요로운 사회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 젊은층은 디지털 전환이라 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같은 것에 익숙하며, 동물에 대한 감수성 역시 기존 세대와 무척 다르다. 개고기 식용 찬성이 최근에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이들은 동물 복지 정책이나 법령 미비에도 민감하다.

 

이런 사회 변화에 있어서 가장 느린 것이 정치권이다. 70여 년 전의 법이나 정치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민들에도 부응하지 못한다. 과거의 문화나 체제가 무너지고 새 시대에 맞는 변화로의 전환에서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물려줄 것은 ‘나 때는’이 아니라 광장의 촛불이다. 시대나 세대와 상관없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이 촛불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전환 시기에 촛불이라는 기준을 사회적 이정표로 젊은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비록 변화 물결에 부응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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