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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휠체어 댄서 채수민 “휠체어가 예술이 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껴요”

[경기신문 X 동아방송예술대] 대학생 인턴기자단 ③
대학 3학년 사고로 중도장애…‘춤’으로 희망 되찾아
전국체전 메달 4개 수상…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
“훗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장애인식 개선활동 적극참여 “할 수 있어요, 나오세요”
“모든 이들이 제약 없이 일상을 누리는 세상 빨리 오길”

경기신문이 동아방송예술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방송보도제작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인턴기자단을 운영했습니다. 경기신문이 경기도내 대학과 상생을 위해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인턴기자단 소속 학생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직접 주제를 정하고 기획을 하는 등 취재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경기신문은 학생들이 작성한 기사 중 우수한 기사 세 편을 선정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지금 ‘춤’에 열광하고 있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종영된 이후에도 그 열기는 뜨겁다. 이토록 ‘춤’과 ‘댄서’에 주목했던 적이 있었나. 그리고 그 ‘춤’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되찾고, 목소리를 내며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게도 한다. 바로 ‘휠체어 댄서’ 채수민(26)의 이야기다.

 

서울시 장애인 댄스스포츠 연맹 소속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는 다양한 키워드가 붙기 마련이다. 유튜브 ‘이지트립’의 리포터, 대한척수협회 사회복귀 프로그램의 코치 등 그의 선한 영향력이 손 닿지 못하는 곳은 없다. 대국민 유행을 일으킨 래퍼 지코의 ‘아무 노래’, ‘썸머 헤이트’ 댄스 챌린지에도 참여하며 춤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최근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10/20~25)에 출전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다. 탄탄한 실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보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휠체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채수민 선수를 만났다.

 

 

▶ 최근 전국체전에 출전하셨잖아요. 무려 4개의 메달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아직 ‘햇병아리’죠(웃음). 새 파트너랑 호흡을 맞췄는데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어서 즐겁게 놀다 온 것 같아요. 무대에서 춤을 추는데 조명을 정말 화려하고 예쁘게 쏴주더라고요. 대회가 아니고 공연을 하고 온 느낌이었죠.

 

▶ 휠체어 댄서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다치기 전부터 춤을 췄어요. 실용무용과 힙합 전공생이었거든요. 그런데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사고를 당했고 눈 떠보니 중환자실이었어요. 이후 재활 병원에 머무르면서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면 “휠체어 타고 춤을 어떻게 추지?” 싶은 거에요. 온몸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는 다 해봤지만 춤만큼 재밌는 게 없어서 춤을 진로로 잡은 건데. 조금 낙심하던 찰나에 사회복지사님이 제가 다치기 전에 춤췄다는 걸 아시고 휠체어 댄서를 소개해 주셨어요. 멘토로 만난 분이 지금 서울연맹소속에 계시는 최종철 선수님이셨고요. 그때부터 시작이 됐어요.

 

▶ 우연히 휠체어 댄서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신 거군요. 


중환자실에서 눈 뜨자마자 엄마를 딱 보고 “엄마 나 학교 가야 하는데”라고 했대요. 재밌게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고 시험 기간이었으니까요. 그때 ‘내가 이 정도로 춤에 진심이구나’를 깨닫게 됐어요. 처음에는 슬프기도 했지만. 휠체어 댄스라는 게 있고, 그중에서도 댄스스포츠가 있다고 하니까요. “휠체어 댄스스포츠? 우선 춤이네? 졸업 작품은 할 수 있겠다. 하자!” 이래서 했던 것 같아요. 


▶ 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춤이 아니었다면 집에서 안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춤이 저를 밖으로 나오게 해줬고, 춤이 저를 움직이게 해줬어요. 지금은 휠체어의 바퀴가 내 다리가 됐지만, 심적으로는 춤이 ‘날개’가 되어주지 않았나. 또 하나의 시작인 ‘희망’을 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요.


 

 

◇ 예술의 영역과 맞닿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존재

 

▶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춘다는 게, 다른 점이 있나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처럼 “저런 역동적인 안무를 휠체어 타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휠체어 댄스를 위한 ‘경기용 휠체어’가 따로 있어요. 휠체어 바퀴가 조금 더 눕혀져 있고, 크고, 뒤에 보조 바퀴가 달린 것도 있고요. 그래서 회전율과 추진력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고 댄스 스포츠라는 여러 가지의 매력이 담긴 춤을 표현할 수 있답니다.

 

▶ ‘경기용 휠체어’는 확실히 크고 화려한 것 같네요. 바퀴와 지지대에 색을 입힌 부분에도 시선이 가요. 전체적인 무대 컨셉이나 연출 방향을 정할 때 모티브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해요.

 

보통 일반 댄서분들의 무대를 찾아봐요. 그들이 쇼 무대나 워크숍에서 보여준 안무, 대회 작품들을 모티브로 가져오고요. 이 무대의 노래가 마음에 들면, 같은 노래로 다른 컨셉을 잡아서 하자고 의견을 내죠. 한 동작을 커버하더라도 저희가 원하는 느낌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많아요. 노래의 의미도 찾아보면서 디테일하게 연출하려고 노력해요.


▶ 휠체어도 연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은데요. 


휠체어만의 장점들이 있잖아요. 회전력이 좋고 추진력이 좋고. 이런 장점들을 이용하면서 어떻게 동작과 동작을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해요. 원하는 동작이 있더라도 휠체어 바퀴의 특성상 멈추지 못하는 부분을 억지로 멈춰버리면 분위기 자체가 깨져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댄스스포츠는 싱글뿐만 아니라 듀오, 콤비 등 다양한 부문이 있잖아요. 어떤 무대를 가장 선호하시나요.

 

저는 혼자 추는 걸 잘했고 그게 마음이 편해서 싱글을 먼저 했어요. 싱글은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듀오는 ‘우리 둘이 휠체어로 춤을 추는데 이렇게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어. 휠체어가 춤을 왜 못 춰?’라는 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고요. 사실 장애인 선수끼리 춤추는 모습이 더 자극적이고 장애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휠체어 댄서’라는 직업을 택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춤이 제 ‘전부’가 됐어요. ‘휠체어 댄서 채수민’을 찾아주시고 그런 모습의 제가 좋고요. 제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고 멋있다고 응원해 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채수민 인생은 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춤 빼면 시체’인 상황이 돼 버렸어요.

 

 

◇ 내 위치에서 최대 행복을 찾기

 

▶ 댄스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장애인식 개선 프로젝트나 캠페인, 챌린지 등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저도 다치기 전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왜 있는지 몰랐고, 장애인 주차장에 왜 차를 안 대는지 몰랐어요. 다치고 나서 보니까 얼마나 환경이 열악한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장애인식 강사양성 교육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장애인이 무조건적 약자 입장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나는 도움만 받아서 생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 나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못 나오고 있지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할 수 있어요! 나오세요!”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연락도 많이 와요. 내 행동이 효과가 있고, 내가 하는 말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나 보다 생각해요. 

 

▶ 자신과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요. 좌우명이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다 해보자.“ 무언가가 딱 눈에 띄었을 때 궁금하면 바로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 행복을 찾아야 나도 즐겁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딥해지지 않고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휠체어 라이프’를 즐기고 계시잖아요.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요?

 

휠체어를 타다 보면 아이들이 저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봐요. 그리고는 부모님께 “저 언니는 휠체어 왜 타고 다녀?”라고 물어보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휠체어는 아픈 사람들만 타고 다니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모습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보면 일부러 인사하고 질문에 대답해주곤 해요.


▶ 최근 종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화제잖아요. ‘스트리트 댄스’ 전공생이셨고, ‘춤’을 직업으로 하고 계시니까 느낌이 색달랐을 것 같아요.

 

그 프로그램에 저 대학생 시절 교수님들이 출연하셨거든요. 그래서 모든 팀을 응원하면서 재미있게 봤어요. 최애 크루를 꼽자면 리헤이 교수님이 계시는 코카엔버터요. 여전히 정통 걸스 힙합에 눈이 가더라고요.

 

▶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고 리포터에도 도전하셨잖아요. 이런 경험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비바댄스스튜디오’ 댄서분들과 함께 한 댄스 프로젝트에서는 향수를 많이 느꼈어요. 한 번은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는데 새벽 연습하던 대학생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재밌게 준비하고 촬영했어요. 좋은 음악에 맞춰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죠. 유튜브 ‘이지트립’의 리포터도 제작진분들의 좋은 취지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관광지를 내가 먼저 가서 안내해주는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거든요. 매번 힘을 얻어 가는 것 같아요.

 

 

▶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나요.

 

대학원도 가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혼자도 살아보고 싶고, 사람들도 만나고 다니고 싶고요. 춤도 더 잘 추고 싶어요. 미래를 위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 댄스스포츠 선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내후년 ‘국가대표’를 다시 노려보고 있어요. 나중에는 ‘세계 챔피언’ 자리까지 넘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서울에 실업팀 만들어달라고 설득해서 실업팀에 들어가지 않을까(웃음). 성과로서 세상에 저를 알리는 게 목표예요.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쟤 즐길 줄 안다’, ‘쟤 놀 줄 안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다른 분들이 보고 ‘나도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용기 냈으면 좋겠거든요. 더 많은 장애인이 거리와 사회로 나와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요. 다친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저보다 오래된 분들도 병원에 많이 계세요. ‘희망’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건 ‘아파서’라는 관념이 박히니까 ‘나아서’ 나가겠다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밖에 나와주셔야 장애인 화장실이 활성화되고, 청소 도구함으로 이용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디든 배리어프리한 환경이 조성될 거고요. 그래서 쉬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하루빨리 모든 이들이 제약 없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요.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는 채수민 선수.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무대, 휠체어 라이프가 기대된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