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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등 3권

 

◆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 임솔아 / 문학과지성사 / 283쪽 / 1만4000원

 

소설 ‘최선의 삶’과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로 주목 받은 작가 임솔아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책에는 제10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희고 둥근 부분’을 비롯한 9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변화해 왔다. 이번 표제작에서는 주로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는 이제 아무도 안 보살펴. 나만 생각해. […] 근데, 나 이제 좀 만족해. 지금 내가 좋아.”

 

우리는 입장 차이로 누군가와 삐걱거리기도 하고, 서로를 아끼지만 정작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 없기도 하다. 누군가는 타인에 대한 기대를 채우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스스로를 감추고 속이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는 그 기대를 등지거나 만족시키지 못해 소외되거나 스스로 배제된다. 작품에는 이 모든 사람들이 섞여 있다. 작가는 그들을 판단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의 입장을 이어나간다.

 

얽히고설킨 여러 관계 속에서, 문제는 진짜와 가짜를 떠나 역할에 따라 연기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타인의 시선과 제도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 다시, 배우다 / 폴 김 / 한빛비즈 / 304쪽 / 1만6000원

 

작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교수지만, 교육자로서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이 자신이 정말로 바랐던 옳은 길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과연 몇 명이나 내 논문을 읽고 도움을 얻을까’, ‘나의 이론적 연구가 지금 당장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동안의 인생 여정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고민 끝에 작가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교육 봉사를 하고, 교육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그 열정은 ‘부시 파일럿(bush pilot)’으로 이어졌다. 큰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오지에 물자를 실어 나르는 경비행기 조종사 과정에 입문한 것이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자신만의 ‘right place’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길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다시 배움, ‘ReLearn’을 제시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우리 모두는 배움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 김혜남 / 포르체 / 232쪽 / 1만6000원

 

책은 영화를 통해 인간 본질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영화는 허구임을 밝히며 관객과의 거리감을 유지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현실을 발견하고 영화 속 인물과의 동일시를 경험한다. 작가는 실제 환자를 분석하듯 등장인물의 삶을 분석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등장인물의 심리를 읽어보며 인물의 성격과 내면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피고, 과거의 심리상태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 또 독자는 영화 속 낯선 세계에서 낯익은 감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의 대화로 공감, 이해, 얽혀있는 문제의 발견, 개별적인 치유를 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딪힐 때, 상대의 뾰족한 말에 찔려 상처 받을 때 우리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게 될 때에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하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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