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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의 미디어깨기] 옥천이 쏘아 올린 ‘작은 FM’

 

시인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에는 서울의 주류언론을 압도하는 '옥천신문'이 있다. 옥천은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지낸 청암 송건호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12월 21일 옥천우체국에서 옥천FM공동체라디오 개국식이 열렸다. 옥천FM은 송건호기념사업회와 '옥천신문' 그리고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쏘아 올린 새로운 풀뿌리 미디어다.

 

공동체라디오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를 방송 권역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비영리 방송이다. 전파 도달범위가 반경 5km 내외인 작은 미디어로 지역의 노인과 청소년, 장애인과 이주민 등 주류미디어에 잘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하여 ‘우리동네이야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국내 공동체라디오는 2004년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서울의 관악FM과 마포FM, 대구 성서FM과 광주FM 등 7개사가 운영되고 있다. 최초 허가 이후 전국 각지에 공동체라디오가 속속 등장하여 새로운 ‘지역공동체 미디어’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MB정권 등장이후 최근까지 공동체라디오는 변방의 ‘잊혀진 존재’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무려 17년 만에 전국의 20개 지역에 공동체라디오를 추가 허가했다. 모처럼 나온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정책이었다. 새로 허가받은 20개 사업자를 보면 지역공동체 방송(서대문, 세종, 부산 연제, 화성, 옥천, 영월, 태백, 남해 등), 마을미디어 풀뿌리 활동가 방송(수원, 전주), 이주한 고려인 후손들의 방송(광주), 100여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합동 방송(안산) 등 다양하다.

 

21세기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글로벌 재난의 시대지만 동시에 산불이나 지진, 집중호우와 폭설, 쓰나미와 같은 국지적 재난이 빈발하는 시대이기도 한다. 공동체라디오는 지역밀착 생활방송이기 때문에 갑자기 지역에 재난이 닥쳤을 때 독보적 역할을 할 수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공동체라디오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국내의 관악FM과 대구 성서FM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관내의 코로나 발생 현황, 마스크 보유상황 등을 신속하게 알려 주민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주지하듯 글로벌 미디어의 세계적 확장으로 기존 미디어의 공론기능이 크게 위축되었다. 지역주민이 미디어를 통해 지역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21세기형 ‘제3의 미디어’이자 지역의 ‘기본미디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방통위는 새로 허가한 공동체라디오가 신속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면서 동시에 도달범위, 수익구조, 보도기능 등에 대한 제도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옥천FM은 지역주민이 공감과 연대로 만든 풀뿌리민주주의의 결실이다. 옥천사람들이 '옥천신문'을 반석에 올렸듯이, 옥천FM도 짧은 시일 안에 새로운 ‘지역 기본미디어의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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