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신의 여인 모나리자. 그녀의 살짝 머금은 미소는 백만 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그 미소를 찾아 파리 루브르 박물관으로 모여드는 세계인은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다. 500살이 넘는 그녀. 하지만 여전히 젊고 찬란하다. 이 신비의 여인을 탄생시킨 장본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éonard De Vinci). 다 빈치는 프랑세스코 델 지오콩도(Francesco del Giocondo)의 부인 플로랑틴 리자 게라르디니(Florentine Lisa Gherardini)를 보고 이 유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어 이름은 모나리자가 아니고 조콩드(Joconde)다.
이 조콩드를 프랑수아 1세는 매우 사랑했다. 예술의 왕 프랑수아 1세에게 스카우트된 다빈치.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 뚜렌느(Touraine)로 왔다. 그는 여기서 말년을 보내며 왕의 수석 화가이자 기술자·건축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직업은 이 밖에도 과학자, 발명가, 해부학자, 조각가, 도시계획가, 식물학자, 음악가, 시인, 철학자, 작가 등 어마어마하다.
인간이라기보다 신에 가까웠던 다 빈치. 그의 수많은 예술작품과 발명품은 혁명 그 자체였다.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우리의 테크놀로지 세상은 다 빈치가 없었다면 존재하기 어렵다. 이러한 다 빈치와 뚜렌느는 불가분의 관계다.
파리 남서쪽 250킬로 지점에 있는 뚜렌느. 이 도시는 프랑스 왕국의 중심지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예술과 건축술을 최초로 발전시켰다. 문화와 예술에 심취했던 프랑수아 1세는 제위 32년 중 절반을 여기서 보냈다. 그 위력은 뚜렌느의 성들로 나타났다. 수많은 성들로 가득 찬 뚜렌느. 프랑스 최대의 성 집성촌이다. 이 중 샹보르(Chambord) 성은 가장 유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산림공원 한가운데 있는 이 성은 규모도 크고 아주 우아하다. 게다가 이 성에는 이중의 나선형 계단이 설치돼 있다. 다빈치가 바로 이 신비한 계단을 만들었다.
샹보르 성 외에 다른 성들도 물론 빼어나다. 그중 슈농소(Chenonceau) 성은 정말 기발하다. 강 물 위에 성이 둥둥 떠 있고 그 아래로 조각배가 다닌다. 정말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성이 건축하고 여성들에 의해 다듬어진 성이어서인지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 성에는 루이 14세를 비롯한 왕들과 왕비들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하지만 뚜렌느의 성들이 늘씬한 실루엣을 뽐낼 수 있게 뒷받침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환경이다. 반짝이는 강물들, 거대하고 우아한 돌들,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특이한 경치와 풀 냄새, 잘 보존된 동물들의 서식지. 그리고 확 트인 자전거길과 산책길, 거리의 생기 넘치는 예쁜 꽃들. 거기에 “프랑스를 여전히 꽃피게 한다”는 뚜렌느의 사명까지. 이 모든 조화는 뚜렌느를 성의 도시이자 꽃의 도시로 만들었다. 2016년 프랑스는 뚜렌느를 꽃의 도시로 라벨링 했다. 이처럼 조상과 후손이 함께 공존하고 노력해 가는 뚜렌느. 이 도시의 경이로움을 어느 봄날 구경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향긋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