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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는 아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 중에 가장 난감할 때가 피해를 본 학생이 있는데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을 때이다. 예를 들어 사촌이 외국에서 선물한 특이한 볼펜이 분명히 오전 수업시간에는 필통에 있었는데 점심시간 후에 없어졌다거나, 똑같은 스티커를 교실 안에 여러 명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의 스티커가 사라졌다거나.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문제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아이가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일단 다른 아이들에게 물건이 저절로 어딘가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가방이나 책상 서랍, 사물함을 확인해 달라고 말한다. 이때 없어진 물건이 돌아오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이런 경우는 잘 없다. 아이들이 열심히 찾아도 물건이 나오지 않으면 속상한 피해자를 달래면서 앞으로 학교에 소중한 물건은 가져오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끝난다.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줄 알았는데 한참 뒤에 잃어버렸던 물건이 다른 아이에게서 발견되면 더 난감해진다. 물건을 잃어버린 A는 네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볼펜은 한국에서 팔지 않는 것이므로 본인의 것이 틀림없으니 돌려달라고 말하지만, 물건을 사용한 B는 이건 내가 집에서 가져온 볼펜이라고 맞선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들고 교사에게 다가오면 일단 B와 먼저 이야기를 나눠본다. 스무고개처럼 볼펜을 어디서 구입했는지, 부모님이 볼펜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등을 묻는다. 물건을 스스로 사기 어려운 저학년의 경우에는 이 단계에서 실수로 가져갔다고 말하고 사과하면서 대체로 해결된다. 용돈을 자유롭게 쓰는 고학년은 문제가 쉽게 안 끝나는데 이때 교사는 선택해야 한다. 끝까지 볼펜의 출처를 추궁해서 자백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B의 이야기를 믿고 중간에 그만둘 것인지. 대체로 학생의 자백과 내가 질문을 그만두는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B가 볼펜이 자기 물건이라고 착각했다고 말하면서 볼펜을 A에게 넘기게끔 설득한다.

 

주인이 명확한 소유물이 사라진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학생을 믿기가 수월한데 다친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목격자가 없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거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어수선해서 제대로 본 사람이 없으면 더욱 아이를 신뢰하기 어렵다.

 

이전 시간에 다툼이 있었던 A와 B는 서로 앙금이 남은 상태로 체육 시간을 맞이한다. 바깥으로 이동하는 줄을 서기 위해 이동하는 A를 B가 발을 걸어 넘어뜨렸는데 A가 얼굴로 넘어지면서 눈 주변이 크게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나중에 각자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B는 A가 걸어가다가 혼자 넘어졌다고 했고, A는 B가 발을 걸었다고 했다. 아이의 얼굴이 다쳐서 흉터가 생긴 A의 부모님은 이만저만 화가 난 상태가 아니었다.

 

심정적으로는 B가 A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 같지만 목격자가 없는 상태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B에게 다시 한번 정말 발을 건 게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절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사코 ‘아니’라는 아이 앞에서 더 추궁할 수는 없었다. 일단 A와 B가 부딪힌 건 사실이니 B가 A에게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건을 미궁 속으로 던졌다. 명명백백하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그 앞에서 교사는 아이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게 된다. 교사는 아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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