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미 다 나가고 없어요. 지난주에 혹시 몰라 10개만 발주했는데 이틀 만에 동났습니다. 살려는 사람이 빗발치니 추가로 발주를 넣었는데 수량도 지점마다 2개로 한정돼 있고, 이마저도 실제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9일 찾은 수원 파장동의 CU 편의점의 점주는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하루에도 수십번 씩 자가진단 키트 구입을 위해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부가 지난 3일부터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만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검사·치료 체계를 전환하면서 편의점은 물론이고, 약국과 온라인 등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품절 대란’이 일고 있는 상황.
변화된 정부 방침상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 검사 희망자는 신속 항원검사를 받은 뒤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자 자가진단 키트를 구입해 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같은 날 수원 고등동의 GS25 편의점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약국을 포함해 일대 편의점 5곳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자가진단 키트를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라며 “아무래도 확진자가 도내 1만명대로 늘고,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불안해서 구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CU(휴마시스→래피젠), GS25(휴마시스·에스디바이오센서·래피젠), 세븐일레븐(휴마시스) 등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자가격리 키트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아우성이 곳곳서 빗발치고 있다.
경기 지역 맘카페에서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와 급하게 진단이 필요하다’는 누리꾼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보건소 검사를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가족 1인당 1~2개씩 준비하려 한다’는 누리꾼까지 자가진단 키트 구입처를 묻는 문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
■약국도 ‘이제부터는 진짜 못 판다’…높은 가격·낮은 정확성 소비자 불만도
이 같은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은 약국과 온라인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현재 5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가진단 키트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 것으로 관측했다.
수원 화서동 ‘ㄱ’ 약국의 약사 A(57)씨는 “하루에 70통이 넘는 문의 전화를 받는다. 도로변 약국이라 그런지 다녀가는 손님만도 7~80명이다”라며 “마스크 때처럼 ‘자가 키트 없습니다’ 공지를 붙이려다 말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몰에는 전부 다 품절 사태고, 유통 담당자한테 사정사정해도 물량이 없으니 담당자도 못 보내주니 참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ㅅ’ 약국의 60대 약사 B씨는 “3일 전만 해도 간신히 10개가 들어왔는데 당일 몇시간 만에 금방 나갔다”라며 “현재 자가진단 키트 발주는 넣어놨는데, 안 들어온 지 3일 정도 됐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품절’ 상태가 지속하다 보니 기존 가격보다 높은 가격대로 자가격리 키트를 구매해야 한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자가진단 키트 품절 대란 사태 전만 해도 약국 시중가는 평균 1개(1회분) 7000원이었지만 현재 9000원 정도에 판매되기도 한다.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사실상 자가 진단이 ‘무의미’하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 소비자는 "2회분 1세트가 1만8000원 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1만6000원 하는 경우도 있다. 약국도 그만큼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데, 알면서도 한숨이 나온다"라며 "차라리 정부에서 물량을 확 풀어주던가, 결국 마스크 대란 때랑 똑같이 가격이 올라가다가 한 번에 또 확 내려갈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주(6∼12일) 자가검사키트 1000만명분을 전국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검사를 원하는 60세 미만 연령층에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박해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