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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백색 여행

 

폐소공포증 없으시죠? 침 삼키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전신이 둥근 통 안으로 들이밀린다. 없었던 폐소공포증이 고개를 들고 숨이 가빠진다. 안 된다는 말 때문일까, 침이 차오르고 입술이 바싹 마른다.

 

디스크가 의심되어 시행한 경추 MRI 촬영. 목 옆으로 끼워 넣은 쿠션 때문에 한 치도 움직일 수 없고 어깨와 목은 점점 더 뻣뻣해진다. 온통 하얀 공간에서 귀마개 밖으로 들리는 드릴 소리와 망치 소리에 스멀스멀 공포감이 차오른다.

 

괜찮다. 다 지나간다. 조금만 참으면 돼.

오롯이 홀로인 공간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여행을 시작한다. 오로지 나를 위한 상상여행을.

 

코로나 시대 2년 차, 비일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여행은 새로운 옷을 입었다.

 

하얀 막 안에서 자신이 내뱉은 숨을 들이마시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두고 타인을 걸어 다니는 병균으로 여기며 점차 예민해졌다. 꼼짝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코로나블루가 심각해졌고 온라인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추억여행과 랜선여행으로 자신을 달래던 사람들은 전 세계를 장악한 바이러스의 기세가 약해질 때마다 소도시로, 소수의 사람들과, 소확행 여행을 떠났다. 어떤 여행이든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 선호되는 곳은 한적한 비대면(언택트)여행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2 국내관광 트렌드’는 H.A.B.I.T.-U.S.다.

 

개별화·다양화(Hashtags), 누구와 함께라도(Anyone), 경계를 넘어(Beyond Boundary), 즉흥여행(In a Wink),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Therapy), 일상이 된 비일상(Usual Unusual), 나의 특별한 순간(Special me). 정해진 방식 없이 반려동물과 함께 또는 혼자라도 행복한 여행, 기존의 틀을 넘어 무계획으로 떠나는 자연·지역 친화적인 여행, 비일상 속 랜선여행, 공연과 책방 등 개인의 취향을 즐기는 여행이 2022년 여행의 주류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일상에 스민 두려움만큼 힐링을 추구하며, 규제가 많은 만큼 자유롭게, 타인의 영향을 떠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여행은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밭은 숨을 내쉬게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행은 계속된다. 험난한 시대일수록 여행은 빛을 발한다.

 

드넓은 초원을 거닐다 바다를 유영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을 때, 하얀 공간이 밀리고 전신이 원통 밖으로 이동한다. 드디어 끝인가.

 

흔들렸네요. 다시 찍겠습니다. 주무시면 안 돼요. 침 삼키지 마시고요.

잠시 안심했건만 다시 들이밀린다. 좁은 통 속은 처음보다 익숙하지만 한층 더 답답하다.

아, 움직이면 안 되는데. 또다시 하얀 공간 속에서 온전한 나만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 통에서 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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