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노년이라고 연기 못하나요?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죠”

원로 배우들을 위한 연극 무대, ‘제6회 늘푸른연극제 - 그래도, 봄’

 

“오랫동안 연극계에 종사했던 예술인들이 말년에는 중심에서 벗어난 활동을 하는데, 늘푸른연극제는 이런 배우들을 위한 행사이다.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역량이 있는 배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연극제가 앞으로도 지속됐으면 한다.”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제 운영위원인 배우 박웅은 연극제의 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연극계는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겪고 있다. ‘그래도, 봄’이 오길 바라본다. 원로 연극인들의 축제, ‘늘푸른연극제’가 오는 17일에서 2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와 JTN아트홀, 씨어터쿰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연극제는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래도, 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물리학자들’, ‘몽땅 털어놉시다’, ‘건널목 삽화’, ‘메리크리스마스, 엄마!’ 등 총 네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원로 연극인들의 열연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비추며,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 물리학자들, 17일~20일, 충무아트센터

 

개막작인 ‘물리학자들’은 냉전시대, 천재 물리학자와 그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두 명의 물리학자 간의 신경전을 그렸다. 인물 간의 대립을 통해, 과학이 발달한 사회 속 가치중립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카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며, ‘아마데우스’, ‘춘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을 제작한 극단 춘추의 작품이다. 송훈상 연출은 “45년 된 극단 춘추에서 물리학자들은 처음 올리는 작품”이라며, “새로운 시도이고, 극단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자 이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정욱은 “굉장히 감동했다. 평생 연극을 사랑하며 늙어 온 배우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마웠다”고 소감을 말하며, “한편 육체의 기량이 떨어져 이 좋은 기회와 작품에, 극의 수준을 낮추게 되는 결과를 낳을까봐 무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이순재, 오영수 등 원로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 “나이에 비해 활동 가능한 자기 관리가 돼 있기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다”며 “사랑하는 무대에 오르는 것에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없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체력적 한계로 관객에게 좋은 연극을 보여주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이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 몽땅 털어놉시다, 18일~20일, JNT 아트홀

 

충북 최초의 극단으로 충북 연극계를 이끌어온 극단 시민극장은 지난해 별세한 故장남수 연출을 기리는 추모공연 ‘몽땅 털어놉시다’를 선보인다. 고인의 절친이었던 배우 겸 연출가 주호성이 연출을 맡았고, 고인의 아들 장경민이 제작감독을 맡았다.

 

작품은 아들 봉구와 아버지 영팔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진실을 살핀다. 윤문식을 비롯해 양재성, 안병경, 정종준, 최일훈 등 12명의 원로 연극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장경민 제작감독은 처음에는 시민극장 창단 50주년 기념공연으로 해당 작품을 기획해 준비 했었다고 설명하며, 당시 극단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이 작품이 생각났다고 한다.

 

 

주호성 연출은 “대학 친구였던 장남수 연출은 기자생활을 하는 한편으로 일생을 바쳐 연극 활동을 했다. 장남수 연출이 살아생전에 늘푸른연극제에 출품 신청을 했고, 공교롭게도 연극제 마지막 심사 날이 이 친구의 장례식 날이었다. 친구의 추모공연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 건널목 삽화, 23일~27일, 씨어터 쿰

 

마임과 사이코드라마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최초로 극단 전용 소극장을 만들었던 방태수 연출의 ‘건널목 삽화’는, 단막이었던 1972년 작품을 2022년 장막으로 각색했다.

 

극은 기차 건널목에서 두 사내가 털어놓는 그늘진 과거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철도 건널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철도원과 사나이는 아내의 부정과 전쟁이라는 각자의 상처를 갖고 있다. 두 인물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가진 부조리함을 나타낸다.

 

작품 속 두 인물은 마임계 대가 유진규와 기주봉이 맡았다. 또한 작품을 쓴 윤조병 작가의 아들 윤시중이 무대미술에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태수 연출은 “이전 연극의 흔적, 당시에 가졌던 연극을 곁들여서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한 작품에 새로운 형태를 같이 묶어서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도 시도해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하며, “특히 유진규 배우는 대사극을 하다가 마임으로 전향해 50년 만에 다시 대사가 있는 역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50년 전 이 작품을 통해 데뷔했던 유진규는 “50년 만에 맡았던 역할을 다시 하는데 스무살에서 일흔이 됐다. 어떻게 표현을 할까 연출자와도 함께 고민을 했다. 다행이 사실주의가 아닌 부조리 계열의 작품이라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연습하고 있다. 젊음과 늙음을 오가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메리크리스마스, 엄마!, 24일~27일, JNT 아트홀

 

배우 손숙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메리크리스마스, 엄마!’는 독일 하랄트 뮐러의 ‘고요한 밤’을 원작으로 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 어머니와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아들의 만남을 그렸다. 인간의 연민과 무관심, 자비와 잔인함, 이기심과 사랑 등 본질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혈연으로 맺어져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고받는 가족관계가 아닌,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해 사회에서 와해되는 가족을 드러낸다.

 

요양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극의 등장인물은 어머니와 아들, 단 두 명뿐이다. 간결한 줄거리와 위트 있는 대사가 특징인 원작의 장점을 담았다. 일상극 형식으로 평범한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진행된다. 당초 제6회 늘푸른연극제는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됐다. 주호성 연출가는 “어느 분야에서나 걱정이 많고 어렵겠지만, 특히나 연극은 격정적으로 소리 지르고 웃으며 연습하고 공연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밝은 연극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제 운영을 맡고 있는 이강선 스튜디오 반 대표도 “이번 제6회 늘푸른연극제를 맞기까지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작품을 올렸다”며 “앞으로도 연극제가 지속되길 바라고, 원로 선생님들이 모여서 즐기고 화합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