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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의 백령도 단상 - 백령도 섬마을 신규 선생님 생활기(상)

 취업 빙하기, 경제적 악조건 속에서 구직 시험은 최소 10:1 이상의 경쟁이다. 그러려니 하며 해볼 만한 경쟁률이라 생각한다. 특히 교직은 창의적 지식과 인품이 요구되는지라 1, 2차에 걸쳐 교직과 전공 능력, 수업 능력, 교직 적성에 이르기까지 테스트를 하고 있어 타 직종에 비해 매우 까다롭게 선발한다.

 

신규 교사가 임용되는 나이는 보통 20대 후반. 그들은 초, 중, 고, 대학교의 학창시절을 뒤로하고 임용시험에 응시했고, 지·덕·체를 겸비했기에 합격했다. 발령을 받고 첫 임용지에 근무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지만 첫 발령지가 섬, 그 중에서도 가장 먼 서해 최북단 백령도, 게다가 자취 경력도 없이 손수 지은 밥으로 민생고를 해결해야 하는 울퉁불퉁한 객지 관사 생활은 이들에게 2중고였으니 이들에게 인스턴트식품은 인류에게 선물한 최대의 발명품이었던 것이다.

 

쾌속선 타고 4~5시간 가야 도달하는 백령도에서 만기 3년의 과정을 마친 ‘L’교사의 경험담을 토대로 섬마을 신규 선생님의 생활기를 알아봤다.

▶ 신기했던 1년차 백령도 교직 생활

 

3년 전 2월 말 입도(入島)해 새 학기를 준비했다. 그 동안 대학교까지 16년 간 학교를 다니면서 피교육생의 위치에 있었지만, 며칠 뒤부터는 교육자의 위치에 서야 했다. 교실을 정돈하고 학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개학이 하루하루 다가오며, 설렘과 긴장이 병립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옷을 입고 갈까?’부터 ‘첫마디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첫 교직은 슬픈 개인사에 선박통제로 참석하지 못해 중간에 출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어느 덧 3년을 마무리했다.

 

춘하추동 출근하며 신기하게 느꼈던 빛바랜 기억의 조각을 맞춰보니 누구나 첫 인상과 첫 경험이 강렬하고 오래가듯 ‘첫 해’에 신기하고 의아해 했던 것이 많았다.

 

도시에서는 평소 데면데면했던 지역 주민이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친근하게 다가와 자연스레 묻고 또 묻고 이에 답하던 일, 주변이 논과 밭, 그리고 야산인지라 소나 닭, 그리고 새 소리, 가까이서 보는 비닐하우스와 그 속 농작물 모습, 그리고 잡힐 듯한 거리에서 보는 사과, 배나무 등 주변 경관이 어린이 동화 속 장면과 흡사했다.

 

대도시의 아파트 숲 속에서는 열매만 보았지만 자연의 일부인 관사 주변에서 과일이 맺고 자라서 커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연 체험하듯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어서 교직생활, 첫 직장생활이다. 학교 건물은 전통을 자랑하듯 고전적 스타일이었지만 중·고등학교가 한 건물로 이어졌고 교사의 연령대도 비슷한 또래가 많았다는 점도 의아했다. 이것이 시너지 효과였을까?

 

동료의식이 좋았고, 교직을 함께 배우고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 어쩌면 직장보다 대학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은 10여 명의 소인수 학급이라 사제지간이 4촌 누나 내지 형 정도로 친밀했으며, 더욱 놀랐던 것은 학교 밖의 일로서 사교육 시설인 학원이 몇 군데 있었다는 점이다.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백령도 주민들의 향학열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일과 후 내지 공휴일에는 동료들과 백령 나들이에 나섰다. 이 당시는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라 돌이켜 생각하면 천만다행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해안가에서 미역이나 다시마 채취하기, 고구마 굽기, 교장선생님께서 만들어주셨던 딸기 셰이크, 주말에는 냉면 투어, 백령호 주변 코스모스 구경 등 손수 노작활동을 통해 얻어진 해산, 농산물을 채집해 먹어 보는 기쁨도 생소하고 신기하고 뿌듯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 백령과 교직을 알고 이해하는 시기였으며, 삶의 모습에 울퉁불퉁한 투박한 모습이 있었지만 이는 정교한 삶의 기초가 되는 작은 통과의례였다./ 김석훈 백령중고 교감·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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