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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의 백령도 단상 - 백령도 섬마을 신규 선생님 생활기(하)

 ▶ 익숙했던 2~3년차 백령도 교직 생활

 

정신없이 첫 해를 보내고 맞이한 2년차는 개인 관사 생활을 했다는 게 가장 두드러진 점이다. 전년에는 2인 1실에서 첫 객지 생활의 두려움을 동료와 함께 극복한 시기였다면, 2년차는 약간의 여유와 함께 1인 1실의 관사 사용 기회가 찾아왔다.

 

첫 해는 첫 해대로, 둘째 해는 둘째 해대로 좋았다. 1인 1실의 사용은 본인에게 거주 환경의 변화라 공허감도 있었을 것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관사에 ‘My sweet home’ 혹은 ‘Only my space’라는 독거 관사 생활의 참 의미를 깨닫고, 나만의 색깔 있는 공간 속에 아기자기한 소품도 갖추고 작은 가정을 꾸리듯 행복하고 만족스런 생활을 한 시기였다.

 

덤으로 학교 담당 부서도 별실을 사용했기에 개인 관사와 별실 근무라는 나름 호재 속에 2년째를 보냈다. 소확행이 묻어나는 시기였던 셈이다.

 

3년차는 어땠을까? 살짝 과장하면 백령인 수준의 적응에 다다랐고, 익숙해져 여유롭고 편했던 시기였다. 사실 학급 담임의 입장에선 ‘어떤 학생 구성원과 1년을 함께 할까?’가 제일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중고생 전체 150명 정도의 적은 인원수에 2년 동안 중고학생을 통합해 수업을 하고, 심지어 급식 및 하교 시승, 하차 지도하며 만난 구면 사이라 학급에서도 자연스런 만남이 이어졌다. 학생 개개인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주변 지역이 눈에 익으면서 여유가 많이 생겼고 살짝 지루감도 느꼈던 해였다.

 

3년을 마치고 육지 생활을 앞둔 지금의 심정은 ‘너무 좋다’였지만 그러나 그 동안 ‘동떨어져 있었다’는 두려움도 공존했다. 그리고 그 동안 미뤘던 결혼 및 운전면허 취득 등 인생 설계도 구상해야 하고, 할 것도 많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만큼의 변화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3년을 기다렸던 인내심은 다음에 펼쳐질 교직과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역량을 키우기에 충분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신규교사로서 백령도 근무 과정은 교직이나 삶의 영역에서 교육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나’와 ‘자연’의 대화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는 기초 과정이었고 맞춤형 육지 생활을 위한 준비된 시간이었다.

▶ '학교도 야생' 그리고 출렁출렁 '윈드 그루(Wind guru)

 

인조의 Lawn ground와 이를 에워싼 우레탄 트랙, 담장 밑 해송과 등굣길 은행나무, 화단의 구상나무, 목련, 향나무, 백목일홍, 모감주나무, 하늘타리, 야관문, 박주가리, 하수오, 그리고 숨겨진 방공호, 야산의 개살구, 느티나무, 분지나무 등 주변이 야생 식물원이듯 파충류, 설치류, 절지동물의 이따금 출현은 친환경 생활의 정점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출도조 때 윈드 그루의 그래프가 출렁이거나 윈디의 서해상 색깔이 변하면 대부분 기상악화로 인해 선박을 통제했기에 깨자마자 눈 뜨고 살폈고, 여의치 않으면 꿀꿀한 하루가 시작됐다. 특히 집안에 상(喪)이 났을 때, 친구 결혼식 및 생일, 약속, 아픔 등 외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출도를 못한 경우가 있어 가족 및 친구에게 내내 마음이 쓰였다.

 

섣불리 약속을 정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언젠가 특수지 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개인적 대사를 앞두고 미리 근무하는 것이 좋겠다는 ‘L’교사의 판단은 이모저모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근무를 마친 선생님은 그리던 육지 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고, 희망 학교에 안착했다. 신규 교사분들! 본교 근무 기간이 달랐지만 그대들은 훌륭했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객지인 섬 지역에서 맞이한 첫 교직 생활이라 걱정도 두 배였을 것이고, 그리고 나날이 고단했지만 인내했던 기간만큼의 자기관리는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심초사 보살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고모네, 해마루, 동키호테, 연꽃마을, 코바코, 미화정, 두메 등을 뒤로하고 학교 교훈이자 교육의 목표인 ‘靑出於藍’의 뜻을 되새기며 제자 양성에 힘써주길 필자는 바란다./ 김석훈 백령중고 교감·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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