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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꿀벌에 관한 단상

 

 

“벌에 쏘여 본 적 있으세요?” 한의원에서 봉약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혹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종종 하던 질문이다. 예전에는 이 질문이 유효했지만 최근에 특히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젊은 층에는 의미가 없다. 당최 도시에는 벌에 쏘일만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벌의 개체수도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임상에서 꿀벌의 도움을 자주 받는다. 한의원에서 만성 통증치료에 적용하는 봉약침 요법은 자연상태의 벌(Honey Bee)이 가지고 있는 독을 추출, 정제하여 치료에 유관한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병(以毒治病)이라 하여, 약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을 잘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봉약침 요법 또한 이에 해당된다. 벌의 독은 약 40가지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통과 소염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기능을 증진시켜 준다.

 

꿀벌이 생산하는 꿀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한약재명은 봉밀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봉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5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도우며 비위를 보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푼다.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하고 온갖 약을 조화시키며 비기를 보한다. 또한 이질을 멎게 하고 입이 헌 것을 치료하며 귀와 눈을 밝게 한다’. 벌꿀은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는 고열량 식품이자 약이다. 기력이 떨어지고 기관지나 폐가 지나치게 건조해서 생기는 기침, 허하거나 속이 냉해서 생기는 복통, 대장의 진액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변비 등을 치료하고 피로할 때 피로를 풀어주는 힘도 강하다. 물론 약으로 쓰인다는 것은 일정한 적응증이 있다는 뜻이다.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거나 몸이 찬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꿀이 좋은 약이 될 수 있지만 얼굴이 붉거나 열감과 염증이 심한 증상에는 꿀을 처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어린이들 경우 ‘열체’라 해서 몸에 열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처방해야 한다. 돌 전의 아이는 금한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보하는 기운이 있는 환약을 조제할 때 꿀을 이용해 반죽, 환약을 빚는다. 환을 만들 때 꿀을 섞으면 비교적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환 모양을 잘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 많이 알려진 인기있는 보약인 경옥고도 꿀이 주성분으로 들어가고 공진단을 빚을 때도 꿀로 반죽한다.

 

이렇게 늘 항상 존재할 것 같았던,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한의사로서 매일 도움을 받는 꿀벌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모 기사에 따르면 2022년 봄 국내에서만 ‘70억마리 실종’ 이 추정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벌꿀에 의지하던 많은 먹거리도 위기이다.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암울한 상황도 예상된다. 이렇게 사라져 갈 정도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것에 안타깝고 가슴 한켠이 휑하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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