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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작가들이 제법?’…‘장애’ 두 글자는 빼고 감상해주세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 展
다양한 색이 모이고 섞인 팔레트처럼, 공존하는 세상 보여
강선아, 금채민, 김기정, 김현우, 이다래, 정도운 작가 참여
화성시 지원으로 소다미술관서 4월 24일까지 전시

 

“‘장애 작가들이 제법이네?’ 이런 게 아니라 그림 자체를 보고 감동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장애’라는 두 글자를 빼고 편견 없이 전시를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어머니들이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아르브뤼코리아(ART BRUT KOREA) 정경숙 이사장의 말이다.

 

아르브뤼코리아는 부모 사후에도 작가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창작 활동 유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설립됐다. 현재 금채민, 김기정, 이다래, 정도운 등 총 4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굿즈 등을 제작하는 소셜 벤처기업 디스에이블드(This Abled) 소속 강선아 작가와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활동했던 김현우 작가가 합세해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화성시의 지원으로 소다미술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전시는 다양한 색이 모이고 섞이는 컬러 팔레트처럼, 장애를 떠나 경계와 편견이 없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장애예술이 아니라, 표현의 욕구를 가진 보편적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에 주목했다.

 

김소월 소다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는 “‘장애’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예술 그대로, 각 작가들의 역량에 집중한 전시”라며 “작가들이 가진 색깔을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여섯 작가들이 그려낸 작품은 각각의 색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도운 작가는 조용필부터 우원재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연예인들을 그렸다. 한 사람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 그 관계가 서로 겹치고 연결되는 것을 보며 시작된 사람에 대한 관심은 가족, 친구, 연예인으로 점차 확장됐다. 정 작가는 인물을 그리고 그의 정보들을 적어 내려가며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다. 또한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웃는 표정, 놀라는 표정, 작은 손짓과 몸짓, 강선아 작가가 창조한 그림 속 캐릭터는 다양한 모습으로 작가의 그림 세계를 펼쳐준다. 순수한 삶의 영역, 때 묻지 않은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강 작가는 이미 어른이 됐지만 아이는 그대로 남아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기억한다. 그래서 강 작가의 그림엔 그늘도 없고 미움도 없다. 어떤 경계도 차별도, 혐오와 편견도 없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경험을 하든, 그의 그림 속에서는 모두가 따뜻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무늘보, 형형색색의 부리를 가진 앵무새, 목걸이를 한 치타 등 금채민 작가는 그림 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금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끊임없이 자아를 만들어내고 찾는다. 어제는 숲 속에서 놀다가 오늘은 호숫가에 있기도 하고, 아침에는 풀밭에서 뒹굴다가 저녁 무렵에는 나무 위로 올라가는 호기심 많은 동물이 공존하는 곳에 머문다.

 

 

‘픽셀킴’으로도 불리는 김현우 작가는 픽셀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성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쌓여진 픽셀은 또 다른 작업들과 겹쳐지고 반복되며 다양한 이미지로 진화해왔다. 작가의 초반 기록물은 낙서에 가까웠다. 학창 시절 내내 도형, 음표, 수학 공식 등을 적었고 친구들의 이름을 빼곡히 쓰기도 했다. 이 기록들에서 점점 이름이 빠지고, 선은 변형되고, 색이 더해져 작품이 됐다. 작은 픽셀 조각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연결되듯, 작가가 담아내는 세상 속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있다.

 

 

이다래 작가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캄캄한 밤이지만 꽃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색을 내뿜고, 나비는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닌다. 가을 숲의 사슴, 물 마시는 홍학, 도토리 먹는 다람쥐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관객들은 여유로운 몸짓이나 고요한 평화를 깨고 싶지 않은, 인기척에 놀라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절로 든다.

 

 

김기정 작가는 오랫동안 마주한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도, 사소한 기억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나무는 색색으로 변해가고 파도는 겹겹이 흐른다. 때때로 만나는 모든 것이 작품에 녹아든다. 광활한 바다든, 동물의 털 한 가닥이든, 그리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이든 김 작가는 가장 작은 붓으로 큰 세상을 그린다. 담고 싶은 이야기만큼 작품에 오랜시간 공을 들인다.

 

정경숙 이사장은 “김기정 작가는 ‘그림을 행복하게 그리고, 봐주시는 분들도 그림을 보고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 역시 우리 작가들이 유명한 화가가 되기보다는 전시를 열었을 때 관객들이 와서 따뜻한 감동을 느끼고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색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붉을 수도, 푸를 수도, 보랏빛과 분홍빛을 띨 수도 있다.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공존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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