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tvN의 토크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의 삶과 당선인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퀴즈’는 방송인 유재석과 김세호가 진행하는 tvN의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퀴즈를 통해 정보와 재미도 제공하는 ‘명품’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는 2022년 4월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 방송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은 지난 2021년 《시사인》이 발표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 앵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유퀴즈’ 150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라는 제목으로 갑자기 인생의 방향을 바꿔 성공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첫 게스트로 등장하여 약 18분간 달라진 일상, 고시 9수와 검사시절, 야식과 민트초콜릿, 고민거리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행자들은 크게 당황한 듯했고 ‘유퀴즈’ 특유의 밀당이나 재담도 보이지 않았다. 윤 당선인도 ‘할 말’이 있어 나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이후 ‘유퀴즈’ 인터넷 게시판은 윤당선인 출연을 비판하는 게시글로 도배가 되었다.
유력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후보 부부나 이명박 전 대통령후보 부부가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적도 있다. 아침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 대통령후보 부부를 초청한 경우였다. 여야 대통령후보 부부를 순차적으로 출연시켜 알려지지 않은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윤당선인의 돌발적 ‘유퀴즈’ 출연이 제작 자율성 침해나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tvN 측은 문재인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출연요청, 코로나19관련 김부겸 총리의 출연요청, 이재명 전 후보가 경기도 지사일 때 도청공직자와의 출연요청을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 윤당선인은 왜 ‘유퀴즈’에 출연했을까? ‘유퀴즈’는 왜 윤당선인을 불렀을까? 방송에서 본인 의지와 참모진의 권유가 반반씩 작용했다고 밝혔다. JTBC는 비슷한 시기에 문재인대통령과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을 두 차례 내보냈다. 손앵커는 집요하게 ‘검수완박’에 대한 문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등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하지만 ‘유퀴즈’의 유재석은, 가령 윤 당선인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썼던 이유 혹은 부인 김건희씨와의 만남과 결혼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유퀴즈’는 제작진의 오랜 ‘피와 땀’으로 만든,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시대를 대표하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우리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명품 콘텐츠’가 한순간에 ‘3류 정치토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