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바람, 다녀가셔요’는 누가 봐도 다 이해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연극입니다.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이순재와 손숙이 수원시립공연단 정기공연 연극 ‘바람, 다녀가셔요’로 수원을 찾는다. 지난 11일 야외음악당 1층 연습실에서 연습에 매진 중인 두 배우를 경기신문이 만났다.
조명과 세트, 소품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오랜 시간 연기 호흡을 맞춰온 만큼, 두 배우에게서 수십 년을 함께한 노부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글픈 대사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하다가, 차진 욕(?) 대사와 애드리브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순재 배우는 “연습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작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출가와 협의해 덧붙이곤 한다. 이 작품이 슬픔과 감동, 재미가 함께 있어 코믹한 애드리브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은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각자의 진심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 불구가 된 ‘김 씨’를 마음에 품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순자’,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번 해준 적 없는 철없는 남편 ‘박 씨’, 그리고 순자의 첫사랑 ’김 씨‘를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한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풀어낸다.
손숙 배우는 “순자 입장에서는 사랑 없이 결혼했고, 살다보니 정도 들고 가여운 마음도 들었을 것”이라며, 순자와 박 씨 부부를 “애증의 부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순재 배우는 “과거에는 연애가 생략된 채 이렇게 결혼했던 부부들이 많았다. 이혼이 흔치 않던 예전에는 결혼을 하나의 의무로 봤다. 순자는 첫사랑에 대한 회한이 남아있고, 박 씨는 그걸 볼 때마다 불만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자와 박 씨 부부는 희생적인 어머니, 무뚝뚝한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내리쬐는 뙤약볕을 우산 하나로 버텨내며 장터에서 평생을 지낸 순자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남편 걱정, 자식 걱정에 발걸음이 무겁다.
박 씨는 순자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순자가 떠나고 나서야 마음의 짐을 풀듯 털어놓는다.
극은 순자와 박 씨 부부를 통해 공감과 위로, 부모 세대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해를 전한다. 이순재 배우는 “이번 공연은 결혼 생활과 인생에서 오는 회한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손숙 배우는 “연극은 관객이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서 보기에 극을 본 후 각자가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다. 누가 봐도 다 이해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바람, 다녀가셔요’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순재, 손숙을 비롯해 배상돈, 황세원, 이경, 전지석, 송진우, 김성철, 유진희가 출연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