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원곡초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알려주고 있는 ‘책마루도서관’은 523명의 재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안산원곡초는 1만1832㎡ 연면적을 가지고 있다. 책마루도서관에는 도서자료 2만590권, DVD등 비도서자료 261권이 비치해 있다.
원곡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도서관이 독서만의 공간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책과 연계한 체험과 자기 주도적인 독서 습관을 양성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책마루도서관의 각종 행사는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해 도서관이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1955년 개교한 원곡초는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다문화영역국제혁신학교'다. 전교생 중 한국인은 단 6명뿐인 이곳 다문화학교는 벨소리도 단순하지 않다. 자주 쓰는 문장을 골라 교사들이 3개 국어로 벨을 직접 녹음·제작해 들려주는 학교, 가정 알림문조차 특별하다. 구글 번역기, 통역사를 동원해 학생 개별 맞춤형으로 배부한다.
학부모 출신 나라도 다양하다. 특히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파키스탄, 태국, 페루, 타지키스탄, 필리핀, 우크라이나, 일본, 콩고, 인도네시아 등 17개국이나 된다. 학교는 존재 자체로 세계화가 됐다.
학교 교육방향도 일반 학교와는 180도 다르다. 가장 집중하는 것은 국어 교육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어서 한국어에 서툴러 일부 학생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부임한 안복현 교장은 안산교육지원청 장학사로 재임하던 2009년 ‘외국인근로자자녀 특별학급’ 제도를 선도 추진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원곡초는 올해 ‘2021 다문화 특별학급’과 ‘한국어 특별학급’을 구성해 수준별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다문화 특별학급·디딤돌 학급, 다문화 학생 지원
다문화 특별학급은 입문기·초급·중급·환급후 등 4단계 수준으로 나눠, 한국어 실력에 따라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모국어 교실(중국어, 러시아어), 한국 학생을 위한 언어교실(중국어, 러시아어)을 내용으로 한 ‘토요 언어 교실’도 운영 중이다.
한국어 특별학급의 일환인 ‘디딤돌 학급’은 지난 2018년 교육부 교육 국제화 특구 지정을 근거로 ‘다름을 넘어 어울림으로 성장하는 즐거운 학교’를 비전으로 5~6학년 학생을 위해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기본 생활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5~6학년 교육과정 성취 기준과 내용체계에 기반한 학습도구 한국어를 익히고, 이를 통해 모든 교과 학습에 기초가 되는 학습 한국어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디딤돌 학급 학생들은 다문화 배경을 가졌지만 한국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능력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갖출 수 있게 된다.
◆ 매년 4월은 세계 책의 날
원곡초에서는 매년 4월 세계 책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4월 ‘도서관에서 놀자!’ 행사에서 학생들이 각국의 언어로 짧은 글을 만들어 책갈피를 꾸미는 ‘틀려도 괜찮아’ 행사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독서와 관련된 명연을 적고 그림을 그려 책갈피를 꾸몄다.
또 학생들이 색종이로 색깔별 사과 모양을 접어 완성하고 학교 주변 쓰레기를 주워 오면 선물을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행사
지난달 책마루도서관은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나는 어린이입니다’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원곡초’, ‘도서관’으로 3행시를 짓고 서가에서 ‘어린이’ 단어가 있는 책, 다양한 선물을 스카프, 앞치마 등으로 포장하는 ‘보자기놀이’도 즐겼다.
또 책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하고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 환경 연계 활동을 통한 지속 가능한 환경교육 실천
책마루도서관은 환경 연계 활동을 통한 지속 가능한 환경교육 실천 위한 ‘지구 살리기 대작전’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행사에서 책마루도서관은 환경위기를 알리기 위해 도서를 전시하고 각 책들과 관련된 환경퀴즈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책을 대출해 읽거나 퀴즈 정답을 맞히면 선물을 받았다.
또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에 수경재배가 가능한 아이비·산데리아·테이블 야자 등 반려식물을 키워 학생들이 지구 살리기 행동을 실천하는 ‘반려식물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아픈 지구를 위한 나의 작은 행동’ 환경의 날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한글 자음으로 만든 초성퀴즈에 참여했고 수요일 아침마다 환경보호를 위한 피켓 홍보를 진행했다. 또 환경 보호를 위한 약속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었다.
◆ 학생들에게 책마루도서관은 ‘따뜻한 휴식의 쉼터’
책마루도서관은 방문 학생들이 쉬면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데스크와 도서관 코너에 추천 도서를 비치했다.
매일 아침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화구연을 진행해 도서관이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임을 인식하도록 홍보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직접 책을 찾아 읽는 경험으로 올바른 독서습관을 갖게 됐다. 또 독
서를 생활화해 주체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능력,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능력, 이해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다.
책마루도서관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 몸이 아프거나 학교에 일찍 온 학생들은 따뜻한 휴식를 취하며 열린 공간으로써 쉼터로도 사용하고 있다.
[인터뷰] 안복현 안산 원곡초등학교장
“위인전 통해 우리 문화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길 기대”
약 38년간 교편을 잡은 안산원곡초등학교 안복현 교장은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책마루도서관’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장은 “아이들은 다양한 언어를 이용해 학교 수업과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능력을 키워나간다”고 말했다.
안산원곡초는 11명의 한국인 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다문화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안 교장은 “다문화 학생으로 한국의 문화와 교과 지식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사회에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도서관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갈 길을 찾아가는 공간이다”며 “아이들이 쉽게 책을 찾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항상 열려 있고 편안한, 쉴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학생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필요한 책으로 위인전을 추천하며 “위인전을 통해 우리 문화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며 “자기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들이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을 따듯하게 품어주겠다”면서 “독서를 통해 스스로 자기 능력을 키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