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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삶의 외로움

 

 

백수로 살면서도 공휴일은 기다려진다. 마음 편하고 약속잡기도 좋아서다. 계획 없이 사는 것 같지만 가슴속 시계는 매일 돌아간다. 삶이라는 게 ‘되고 싶은 나’와 아직 거기에 ‘다다르지 않은 나’ 사이에서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날들도 많았다.

 

지금도 나는 아침에 깨어나면서부터 외롭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오늘은 별일 없으려나? 하는 생각이 의식의 습관처럼 고개를 드민다.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어 이불을 잡아당기면서도 외롭고 조금은 슬프다. 같은 핏줄 없이 태어나 울타리 없이 지내온 탓일까. 결혼하여 아들을 얻을 때까지 나는 외동이었고 을의 입장에서 얌전해야만 했다.

 

왜 그렇게 못났었는지, 나는 중매결혼으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에게 첫 부탁은 ‘부모님을 잘 모셔주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 부탁을 실행하기 위해 평생을 문밖에 나가는 일도 조심하였다. 특별한 침묵인지 탁월한 선택인지는 모르나 언어를 상실당한 여인 같이 아내는 집안에서 수행적인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까지 소리 소문 없이 잘 보내드렸다.

 

여름 숲에서 본다. 많은 나무들이 자기 생명의 언어처럼 잎을 피워 두터이 하면서 싱싱해져 하늘을 가리는 무성함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잎을 피우지 못한 나무의 무거운 고독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 어디쯤 아내의 모습이 있을 것 같아서다. 새들이 지저귀는데 그 소리 리듬을 탄다.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고독한 한 그루의 그 나무를 위함일 것이다.

 

어쩌면 삶은 외롭다는 것을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 외롭다는 것은 주관적이고 혼자만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그리움은 상대가 분명하고 그리움의 심도에 따라 내장의 뒤틀리는 여진이 가슴과 목울대를 치미는 멀미일 때도 있다. 몸서리쳐지는 슬픔이다. 그리움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 아니라 두뇌에 저장되어 습관화된 기억의 영상과 목소리가 듣고 싶어 깜짝깜짝 놀라는 상태이다.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있는 것들 그것은 그리움이요 외로움이며 연민이요 사랑이다. 그중 그리움은 세월을 두고 강도가 높아가는 아픔이요 역사이다.

 

나는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그는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와 같이 그의 시에는 그늘도 있고 슬픔이 있고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친연성이 있다. 그의 다른 시 중에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한 '수선화'라는 시가 있다. 그는 이 시 한 편만으로도 세상에 왔다 가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존 러보크는 『인생의 선용』이란 책에서 이 땅에서의 삶이란 연극이 끝나게 되면 각각 심판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 심판이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가 문제라고 했다. 덧붙여 인생에 소위 성공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성공할 자격이 있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나는 그래 외로우면 외로워하고, 그리우면 철저히 그리워하자. 다만 텅 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도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 이 마음만은 버리지 말고 그 사람의 그리움을 안고 가자고 자신을 타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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