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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T 임금피크제는 왜 유효일까?

김인진 변호사 겸 노무사(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 연구원)

 

최근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여 노동계와 경영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 판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회사 KT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 선고되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임금피크제는 무엇이며 두 사안에서 법원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다르게 판단한 연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임금피크제란 고용을 연장(정년연장 또는 재고용)하면서 연령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금피크제는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장년인구 활용 및 정년연장과 연계한 장기적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우리 법령상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 임금피크제를 규정하고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사업주가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56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연장하면서 55세 이후부터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경우. 둘째, 정년을 55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주가 정년에 이른 사람을 재고용하면서 정년퇴직 이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경우. 셋째, 사업주가 첫 번째 제도를 시행하거나 두 번째 제도에 따라 정년퇴직 후 3개월 이내에 고용하면서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기업이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면서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한 경우, 근로자는 줄어든 소득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만 61세)은 그대로 유지하되 만 55세부터 임금삭감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고용보험법 시행령의 3가지 유형의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유효라고 판단한 주식회사 KT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을 삭감한 것으로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의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그렇다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무효이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인 것일까?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된다고 판시하였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 완화·실적 달성률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이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삭감 조치를 정당화할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임금피크제로 인해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이 발생하였음에 반해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가 미흡하며, 임금피크제를 전후로 하여 업무 내용이나 목표 수준에 차이가 없음을 이유로 그 차별에 합리인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그대로 따르면서 주식회사 KT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한지 판단하였다. 다만, 주식회사 KT의 경우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삭감하였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고,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으로 평가되었으며,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고용보험법 시행령상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 받은 것도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 일환으로 보았다. 그 밖에도 회사의 경영사정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의 필요성, 기존 복리후생 유지,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 도입 등을 고려하여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인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지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이 제시한 4가지 기준과 그 밖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므로 개별 사안별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 총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삭감에 따른 대상조치에 해당하며, 근로자가 정부로부터 고용보험법령상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연령에 따른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로서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임금피크제에 관한 많은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원이 각 회사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