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등 대중매체의 언어는 사람들의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언론에 계신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공공언어를 써 주셔야 합니다.”
백경미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의 당부다.
27일 오전 10시 경기신문 본사 1층 대회의실에서 경기신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공언어의 필요성과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교육을 맡은 백 책임연구원은 “보통 매체의 신뢰성을 평가할 때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을 꼽지만, 저는 여기에 ‘소통성’을 추가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한 소통성이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용어를 사용했는가’와, ‘전달이 잘 되도록 문장을 적절한 길이로 작성했는가’ 등이다.
백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이 2020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신문·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를 몰라서 곤란했던 경험’을 묻자 응답자의 36.3%가 자주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5년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나온 5.6%보다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XR’(확장 현실),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긴 전문 용어와 신조어가 계속 유입되는 영향도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정부 방역 정책에도 낯선 표현이 가득했다. 예를 들어 ‘언택트’, ‘코호트 격리’, ‘부스터숏’ 등의 단어다.
지금은 ‘비대면’, ‘동일 집단 격리’, ‘추가 접종’ 등의 우리말로 순화됐고 자리 잡았지만, 감염병 유행 초반에는 이 표현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돼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백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기사·뉴스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는 답변이 있다는 게 주목해야 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의 설문조사에서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묻자 응답자의 22.9%가 “쉽지 않은 편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응답자들은 ‘공공언어에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복잡하고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50.8%)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48.2%) ▲불필요한 외국어, 외래어 남용(39.2%) 순으로 답했다.
백 책임연구원은 “공공기관이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사를 쓸 때, 이미 그 자료에서 어려운 언어를 사용해 기사의 언어 수준까지 덩달아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 생산자이지만 동시에 수용자인 만큼 공공기관이 쉬운 우리말로 된 공공언어를 사용하도록 감시하고 제안해주고, 기사를 생산할 때는 이 문장을 독자가 읽었을 때 쉽고 이해가 높은가를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교육을 진행한 백 책임연구원이 소속된 한양대 한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경기도 거점 국어 상담·교육·연구 기관이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바로잡는 공공언어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학생·지역 시민·공무원·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국어 교육을 한다.
※ [우리말이 우리의 미래]는 경기신문·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가 함께합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