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폭우도 심해 거리에 있는 노숙인들의 안전·건강이 많이 걱정된다.”
최근 인천에 위치한 ‘내일을 여는 집’에서 만난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이준모 회장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기록적인 폭염·폭우까지 겹치며 노숙인들이 위태위태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겨울철 빈집이나 폐가 등에서 머물던 노숙인들이 여름이 되면 무더위에 지쳐 역 주변, 재개발 지역, 상가, 시장, 공원, 터미널 등으로 많이들 나온다”며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노숙인들이 동사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데, 여름철 노숙인들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철의 폭우와 이후 찾아오는 무더위에 노숙인들이 지쳐 잘 먹지도 못해 체력 저하를 겪거나, 심하면 다른 노숙인과 다투다가 크게 다쳐 사람들 무관심 속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비록 사회에서 천대받고 무관심 속에 버려졌다 하더라도 노숙인들도 엄연히 국민이며 시민이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 바로 전국노숙인시설협회다. 그는 부평, 동인천, 주안 등 인천지역 뿐만 아니라 수원의 수원역, 성남의 모란역과 8호 광장 등 경기도 전역에도 적지 않은 노숙인들이 있다고 했다. 현재 협회에 속한 노숙인지원센터는 전국 15개 주요 도시에서 100여 곳에서 노숙인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회장은 “요즘같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 노숙인들이 신체적 부상을 당하거나 열사병에 쓰러지면 시립병원에 응급 후송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도 확보했다”며 “얼음물과 도시락, 쿨시트, 약품 등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면서 무더운 여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노숙인지원센터들은 재활·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사회에서의 자립을 강하게 원하면 자활 시설로 안내해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등을 제공한다. 건강이 취약한 60세 이상의 노숙인들의 경우는 요양 시설에서 돌봄을 받는다. 특히 성남노숙인지원센터는 진료를 받을 때 임시주거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까지 재활·요양 시설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자활 시설은 지자체에서 사업하는 이분적 구조였으나, 올해부터 재활·요양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관리체계가 정비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노숙인종합지센터가 통합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상담이나 지원 등 서비스 체계가 잘 구축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보건복지부가 종합적으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책임지고 노숙인과 노숙인시설을 관리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들에게 서비스 안내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지자체·지원센터의 노력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는 안타까운 노숙인들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최근 여성 노숙인 한 명이 한달째 인천 계양역에서 노숙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갔지만 도움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다짜고짜 강제로 시설에 오게 할 수는 없는 일, 노숙인들의 인권 문제도 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면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마음을 열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노숙인 문제는 결코 개인적인 문제·게으름의 문제 영역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구조적 현실로 인해 세상의 도움을 받지 못한 이웃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 100여 개의 시설 내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금도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임석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