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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석 달 만에 정부가 사라졌다

  • 최영
  • 등록 2022.07.28 06:00:00
  • 13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지인의 아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고향집으로 내려온다고 기별이 오니 지인 가족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숙사가 퇴소 원칙이라니 집에 올 도리밖엔 없는데 아버지는 이불 보따리를 싸매고 운영하는 학원으로 긴급 대피했다.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매일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할 판인데 그것도 무증상자는 유료(3~5만 원)라니 차라리 도망치는 게 최고란다.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은 비과학적 정치 방역과 탈원전, 정치가 과학을 압살해 버린 반지성의 시간이었다"며 대정부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어떡하나? 당신들이 주창한 ‘과학 방역’이 218곳의 선별 진료소를 4개만 남기고 폐쇄한 결과 지금의 재확산에 눈부신 기여를 한 꼴이니 말이다. 졸지에 학원에서 먹고 자고 하는 지인이 울화통을 터뜨렸다. “뭔 놈의 질병 청장이 ‘국가주도방역이 어렵다’라니 이건 뭐 국민들이 각자도생 하라는 이야긴데 도대체 지금 정부가 있기는 한 거야?”

 

같은 날 같은 당의 한무경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책임이 전 정부의 탈원전에 있다는데 동의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장관은 "원전 비중이 줄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것이 상당 부분 요인"이라고 답했다. 주거니 받거니 잘 맞췄지만 먼저 팩트부터 틀렸다.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실상은 단 하나의 원전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원자력 발전량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14만 8427 GWh)과 비교해 2021년 15만 8015기가 와트시(GWh)로 6.5% 증가, 총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에서 2020년 29.0%로 오히려 커졌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치솟는 물가에 악화되는 경제여건, 폭발하는 코로나재확산 등으로 정권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니 여당 의원 입장에서 20개월 남은 선거가 걱정이 될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늘 상대와 비교하고 비방하는데 힘쓰게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든 사태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느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을 용산에서 가상히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이 권성동 직무대행에게 SNS를 보냈다. "우리 당도 잘하네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권 대행이 감동한 듯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걱정스럽다. 앞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전투력이 엄청나게 증폭될 터인데..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 중계를 본방 사수한다는데 이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어라 한들 마다할 의원들이 있겠는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충성경쟁이라면 북한 엘리트 출신 태영호 의원이 빠질쏘냐? 태의원은 같은 날 밤 주진우 라이브에서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이건 뭐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사태를 보고 “중대한 국가의 기강문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3개월 만에 대한민국과 북한이 비슷한 국가운영시스템 하에 움직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반면 류삼영 총경은 “경찰 중립화의 역사와 현제도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라고 점잖게 가르쳤다. 최고 권력자가 일선의 현장간부보다 민주주의 의식이 낮은 상황, 우리는 지금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로 가장 어리석은 자의 지배를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석 달 만에 정부가 사라졌다고.. 그 말인즉 이런 정부라면 차라리 없는 게 더 낫겠다는 뜻일 게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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