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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세 취학 논란…정부의 ‘의사 결정방식’이 더 문제

윤석열 정권, 시대변화 제대로 읽어 소통 절차 충실하길

  • 등록 2022.08.03 06:00:00
  • 13면

교육부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취학연령 하향 조정안이 파장을 낳고 있다. 박순애 장관의 업무계획 보고 형식으로 발표된 조정안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취학연령을 바꾸는 정책변경을 놓고 각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이제 국민은 깜짝 발표 형식의 국정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정책 내용보다는 민감한 교육 분야의 국책을 가벼이 취급한 정부의 추진 방식이 더 문제다.

 

교육부는 취학연령 하향에 대해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정책은 기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노동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논의돼왔다. 취학연령이 1년 당겨지면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결혼 연령을 낮추는 효과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교육계에서는 만 5세 어린이들은 정규 학교 교육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단계적으로 3개월씩 취학연령을 하향할 경우 동급생 수 증가 폭을 25% 이내로 제한할 수 있어서 교사·교실 조건이 넉넉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동급생 수가 25% 증가하면 해당 연령대의 대학, 취직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진다는 반론이 있다.

 

취학연령을 낮추면 입학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유아 교육계는 격렬하게 반발한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만 5세 입학’을 추진했다가 1만 곳 가까운 유치원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는 제도 변경을 시도할 때 피해 집단을 설득할 치밀한 대책을 동반하지 않으면 관철하기 어렵게 돼 있다. 더욱이 지금은 여소야대, 정치적으로 확실히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이다.

 

국정과제에도 없던 ‘취학연령 하향’ 같은 민감한 정책변경을 놓고 깜작 발표 형식을 선택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접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전에 교육청과의 공식 논의도 하지 않았고,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 의견수렴 절차마저도 없었다.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섣부른 추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박순애 장관이 뒤늦게 ‘사회적 합의도출’을 약속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취학연령 하향’은 살펴야 할 섬세한 문제들이 적지 않다. 현재도 만 5세 조기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2009년 9천707명이던 조기입학은 2021년 567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적능력이 한층 더 높아지고 신체적 성숙이 빨라졌다고는 하나 획일화된 학교 교육보다는 자유로운 놀이나 경험 중심의 학습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게 교육학자들의 견해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방식에 관한 중대한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른 민심의 특성을 깊이 헤아리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변화의 경우 의견수렴, 소통의 과정을 생략해서는 반드시 뒤탈이 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정 수행에 있어서 훨씬 더 까다로워진 민심 환경을 무시하지 않는 용의주도한 정책 수행의 지혜를 철저히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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