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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출발기금, ‘편법·모럴 해저드’ 막을 정밀대책 필요

성실 신용관리 모범사례자에 우대혜택 주는 방안도 유용

  • 등록 2022.08.31 06:00:00
  • 13면

빚을 갚기 어려운 사업자의 부채를 최대 80%까지 정리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코로나19 피해 등으로 대출을 90일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순부채가 대상이다. 피폐해진 시장의 실정을 생각하면 미룰 수 없는 조치라는 사실에 공감하지만, 진작부터 ‘편법 수혜’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깊다. 난맥상을 막을 철저한 보완책이 요구된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최대한도는 15억 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총 30조 원 규모의 이 기금을 통해 자영업자 40만 명이 채무조정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채무조정은 차주의 연체 상태와 채무 종류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1개 이상 채무에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가 보증부대출 또는 무담보(신용)대출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 원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이 이뤄진다.

 

무담보채무는 최대 5억 원까지 채무조정이 가능한데, 최대 4억 원까지 채무가 감면되는 셈이다. 감면율은 소득 대비 순부채 비중, 경제활동 가능 기간, 상환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기초수급자·중증장애인·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층은 예외적으로 최대 90%까지 원금을 탕감해준다. 상환은 차주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지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우려와 불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일부러 연체하면 원금을 탕감받을 ‘꼼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글도 올라온다. 금융위는 일단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허위 서류 제출이나 고의 연체 사실이 발각되면 곧바로 혜택이 무효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청 조건을 임의로 맞출 수 없도록 부실 우려 차주의 세부 기준이나 거절 요건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실 차주는 채무조정 이용 사실을 신용정보원에 2년간 공공정보로 등록해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정상적 금융 생활이 제한된다. 원금을 탕감받은 후 2년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 5년간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에 반영될 것”이라는 방책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의 사후약방문식 대안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온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개인이 아무리 채무를 지더라도 결국 국가가 갚아준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다. 빚 수렁에 빠진 국민을 구휼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그 수단은 수혜자들뿐만 아니라 어렵사리 신용을 유지해온 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수립되는 게 옳다.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세금을 내고 부채를 성실하게 관리해온 모범사례들을 발굴하여 유·무형의 우대혜택을 주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최소한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뭔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형평성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좋은 행정이 아닐까 싶다. 막다른 길에 몰린 이웃들을 위한 정부의 새출발기금 시행을 머뭇거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책이 가져올 보이지 않는 국민 정서의 흔들림까지 배려한 완성도 높은 대책이 구사돼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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