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내가 나고, 내 부모·형제·가족이 전쟁의 화염 속에 운명을 달리한 땅, 우리 생이 뿌리내린 그 땅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 인천 중구 월미공원 제물포마당에서 ‘월미도 원주민 희생 추모행사’가 열렸다.
월미도 귀향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엔 한인덕 위원장을 비롯해 김정헌 중구청장, 강후공 중구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월미도 귀향대책위원회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 해병대의 폭격·포격에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들을 기리고, 인천시와 국방부에 원주민들의 귀향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후 북한군에 의해 불리한 전세를 이어가던 유엔군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진행했다. 작전은 성공했고,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던 인천을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월미도 원주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 했다.
미 해병대가 작전을 진행하기 전 북한군이 점령한 월미도에 무차별 공격을 단행하며 무고한 원주민들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월미도 원주민들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휴전 이후 생존한 월미도 원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월미도가 군사지역으로 남아 미군부대로 사용되며 고향에서 쫓겨났다.
국방부는 지난 1970년 미군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반환받는 과정에서 민간 불명예재산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해군을 주둔시키며 국가 소유로 등기 이전했다.
또 2001년 이 토지를 시에게 팔았고, 시는 사들인 토지에 월미공원을 조성했다.

지난 2008년 3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이 100여 명에 이르고, 이중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는 10명뿐이라고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민간 거주 지역에 미군 부대가 자리해 유족과 거주민들의 귀향과 재산권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됐단 사실을 들어 한국과 미군의 협조로 보상 절차를 진행할 것과 원주민의 귀향, 위령사업 지원, 가족관계 정정, 명예회복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14년이 흐른 현재까지 위령비 건립, 시의 지원금 지급 뿐 원주민 귀향과 명예회복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2010년 월미도 원주민 귀향 지원 소송에서 승소한 뒤 책임을 계속 회피하다 지난 정부에서 귀향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현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인덕 위원장은 “국가로부터 우리의 희생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며 “애초에 월미도 원주민의 땅을 국가가 멋대로 가져가놓고 여전히 책임 회피만 하고 있는 잘못은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