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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 시굴 ‘첫 삽’…어린 유해 묻은 흔적 나와

진화위, 5일간 선감학원 희생자 ‘개토제·시굴’…유해 150여 구 매장 추정
첫날 시굴 결과, 어린 유해 묻었던 흔적 드러나…“희생자 증언 확인된 것”
진화위, 시굴 및 조사 작업 결과 반영해 경기도 측에 전면 발굴 권고 예정

 

26일 오후 1시30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의 한 묘지 앞.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시신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조사된 이곳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작고 낮은 봉분 하나에 30cm가량 흙을 퍼내자 누군가 땅을 파고 어린 유해를 묻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감학원 희생자 시굴을 진행한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와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관계자, 시굴 작업 조사단 등이 굴착기 대신 작은 호미와 삽을 들고 40여 분간 봉분 해체 작업을 벌인 결과 마침내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증언이 확인된 것이다. 

 

우 원장은 “유해를 묻기 위해 땅을 팠던 흔적이 확인됐다”며 “후속 작업을 통해 땅을 판 범위나 규모, 유해 존재 유무 등을 파악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감학원 희생자들 증언의 상당 부분은 현재까지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당시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된 아동집단수용시설이다. 1982년까지 40여 년간 부랑아나 빈민 아동 갱생 등의 명분을 내세워 강제 연행해 격리 수용했다. 최소 4600여 명의 원생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폭력, 고문 등 인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굴 작업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앞두고 현장 조사의 차원으로 이뤄졌다. 진화위는 지난해 5월부터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90여 명을 대상으로 6곳에 희생자들이 다수 암매장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본격적인 시굴에 앞서 30여 분간 진행된 개토제(開土祭)에선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과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김훈 작가가 사과와 대추 등이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도사를 읊었다.

 

김영배 회장은 “선감학원의 강제노동 속에서 노동력 착취와 폭력 등으로 많은 소년들이 생명을 잃고 배고픔과 괴롭힘 등으로 탈출하다 죽어갔다”며 “적합한 절차 없이 암매장된 선감학원 유해 발굴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관계 당국에 촉구드린다”고 전했다. 

 

 

13살 때 선감학원에 왔다는 피해자 안영화(71)씨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연료를 운반하거나 기합 받고 매를 많이 맞았던 것”이라며 “기억이 오래돼 자리가 어딘지 정확하지 않지만 동료들을 직접 이곳에다 묻은 건 확실하다”고 어렵사리 증언을 이어갔다. 

 

진화위는 오는 30일까지 유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4~6개 봉분을 시범 시굴할 예정이다. 조사에서 유해나 유품이 나오면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과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하고 정밀 발굴조사 계획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진화위는 또 해당 결과를 반영해 다음 달 중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경기도에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감학원 암매장 유해 발굴이 이뤄진다면 국내 인권침해 사건 가운데 첫 유해 발굴 사례가 된다.

 

한편 오는 1일 오전 9시부터 선감학원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제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