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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진실규명’…적극 협력한다던 경기도, 소극적 입장 ‘선회’

경기도-진실화해위, 선감학원 유해 매장지 발굴 놓고 이견
道 “선감학원 원생 진술만으로 유해 발굴은 큰 의미 없어”
과거사 해결 위해선 유해 발굴·유전자 감식은 반드시 필요
진실화해위 “과거사 문제 해결은 결국 의지의 차이” 지적

 

일제강점기부터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경기도가 갑자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2020년 12월 선감학원 사건 피해사례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조사 활동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되자 시기상조라며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분석 등이 필수적인데 불과 2년도 안 돼 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6일 선감학원 아동 유해 매장 추정지인 안산시 선감동 산37-1 일대 900㎡를 대상으로 유해 시범 발굴을 시작,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그런데 유해 발굴이 시작되자 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특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자 증언만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선감묘역의 경우 피해자 유해뿐 아니라 무연고자 유해도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김장현 도 인권담당관은 “이곳은 무연고자 시신도 묻혀있는 곳이어서 유해가 발견돼도 선감학원 피해자 유해인지 알 수 없다”면서 “피해자가 특정된 뒤 발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실상 이번 유해 발굴은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평가 절하했다.

 

이어 “도와 진실화해위 사이에 발굴 작업에 의견차가 있다. 일은 진실화해위가 벌여놓고 뒷수습은 도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도 입장은) 반대는 아니지만 주민 반대도 있고, 무연고자 시신도 함께 있는 곳인 만큼 묘역으로 정비해 추모비를 세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감묘역은 지난 2018년 도가 유해 발굴을 위한 사전 조사에서 유해 150구 정도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곳을 비롯해 6곳에 피해 아동이 암매장됐다는 여러 증언이 나왔다.

 

진실화해위는 원아대장에 기록된 사망자와 조사된 사망자 수가 달라 선감묘역 시굴을 통해 암매장된 유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전국 인권침해 사건 중 유일하게 유해 발굴이 가능한 곳으로 결정됐다.

 

김 인권담당관은 “도 용역조사에서 유해가 있다고 나온 것은 원래 이곳이 공동묘지였기 때문”이라며 “무연고자 시신 처리도 전부 다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유해 발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실화해위가) 원생들의 진술을 통해 사망자 수가 수십, 수백 명이라고 판단하는데 물론 사망자 명단에 없는 사망자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망자 수를 임의적으로 늘려 과장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실화해위와) 의견 차이는 좁혀 가면 되는 것이고,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는 도 역시도 과거사를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도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진실화해위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경기도는 1946년 2월 미군이 선감학원 관할기관을 옮기면서 직접적인 운영·관리·감독 책임을 가졌다”며 “그런데도 도는 2017년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랴부랴 연구 용역을 통해 희생자 유해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이제 와서 유해 발굴의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조사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이번 유해 발굴은 여러 피해자의 증언과 법적 근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억울하게 사망한 단 한명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유해 발굴을 통한 유전자 감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희생자의 유해를 수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라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의지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는 민선 7기인 2020년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기점으로 선감학원 사건 대응팀을 신설하고, 선감학원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 예산을 지원하는 등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감학원 사건은 과거 한때의 문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보편적 인권 문제”라며 “진실이 규명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배상·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