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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희생자들 40년 한 풀었다…첫 진실규명에 경기도 공식 사과

안산 선감학원 폐원 40년 만에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 결정
진실화해위,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인정
김동연 지사, 공식 사과 및 대책 제시…“과거사 정리 모범될 것”
희생자 눈시울 붉혀…“40년 만에 사과 받으니 발 뻗고 잘 듯”

 

안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들이 40년 만에 한을 풀었다.

 

5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강제 구금해 가혹행위를 일삼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진실규명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희생자들은 40년간의 억울함이 풀린 듯 벅찬 표정을 보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와 경기도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며 “신청인 김영배 외 166명은 선감학원 피수용아동임이 확인돼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선감학원생들은 수용 당시 논·밭농사, 염전노동 등 아동으로서 견뎌내기 힘든 노역에 강제로 투입됐지만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했다. ‘원산폭격’ 등 체벌목적의 단체기합과 폭행도 일상적으로 자행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제공되는 급식도 부실해 원생들은 쥐와 뱀을 잡아먹고, 나무열매를 따먹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희생자 김모씨는 “(기숙사는) 한 반에 30명이 지그재그로 누워서 잘 정도로 좁았다”며 “인간 취급을 못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선감학원에서 사망한 아동도 기존 파악된 수보다 많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기존 선감학원 원아대장에서는 사망자가 모두 24명(익사 14명, 미기재 12명, 병사 3명)이었는데 진실화해위의 조사를 통해 사망자 5명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간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 중 안산시 선감동 산 37-1 일대에서 봉분 5기를 시굴해 치아 68개와 단추 6개가 10대 아동들의 것으로 추정하며 암매장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책임소재도 명확히 했다. 국가가 권위주의시기에 위헌·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정부가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고, 특히 경기도는 권한을 위임받은 1946년부터 1982년 선감학원 폐쇄 전까지 운영 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한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하고 희생자들을 상대로 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진실규명 결정 이후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선감학원 사건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제시하며 경기도가 과거사 정리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 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사과했다.

 

이어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묘역 정비와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9명의 희생자들은 진실규명 결정 발표와 함께 사과가 이뤄질 때마다 박수를 쳤다. 김 지사와 악수를 나눌 땐 연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였다. 

 

희생자 천종수 씨는 “김동연 지사님께 사과를 받으니까 오늘 집에 가서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회를 전하며 “김 지사님께서 (희생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등) 약속한 걸로 저희는 알고 있겠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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